제약·바이오업계, 美 보스턴으로 몰려가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 2019.12.20 10:15

유한양행, 녹십자 등 보스턴에 거점 마련…"세계적 바이오 클러스터에 개방형 혁신기지 구축"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잇따라 미국 보스턴에 새 전진기지를 세우고 있다. 미래먹거리를 위한 신약 개발이 중요해지면서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가 조성된 보스턴에 신약후보물질 발굴, 기술이전 등을 중점적으로 수행할 거점 마련에 나선 것이다. 개방형 혁신의 영역을 국내서 해외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신약 개발 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K-바이오 기업들 보스턴에 둥지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올바이오파마는 내년 상반기에 보스턴에 개발 센터를 세우는 것을 검토 중이다. 아직 구체화 단계지만 이 센터는 보스턴 현지에서 새로운 기술과 신약후보물질을 도입하는 거점 역할을 할 예정이다.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는 "미국 현지에서 기술을 들여오고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서는 보스턴 현장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임상과 허가 업무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 메릴랜드 법인을 확대·개편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풀러턴, 시애틀 등에 미국 법인 GCMA와 백신 개발 기업 큐레보 등을 설립한 GC녹십자는 지난 10월 보스턴 현지사무소를 개소했다. 이 사무소는 기존 법인들과 달리 외부와 연구 협력, 네트워크 형성 등을 수행할 계획이다.

LG화학도 비슷한 목적으로 올해 1월 보스턴에 연구법인인 '글로벌 이노베이션 센터'를 열었다. 유한양행과 삼양바이오팜은 지난해 보스턴에 각각 사무소와 삼양바이오팜USA를 설립했다.


미국 법인 전략에도 변화 일어나


업계에서는 신약 기술이전, 해외시장 진출 등이 중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런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미국 임상과 허가를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있는 메릴랜드에 자리를 잡았다면 최근에는 개방형 혁신을 위해 보스턴에 둥지를 틀 게 된 것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기업들이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해서 미국에서 성공해야 하는데, 기존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동시에 기술이전, 오픈이노베이션이 중요해지자 업체들이 미국 현지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기술이전을 추진할 수 있는 일종의 채널을 만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삼양바이오팜USA는 이달에만 미국 바이오 기업들로부터 신약후보물질 2개를 사들였다. LG화학은 올 1월 기술혁신 센터를 개소하기 전인 지난해 11월 보스턴에 있는 큐 바이오파마로부터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3개를 도입했다. 유한양행이 얀센에 1조4000억원에 판 ‘레이저티닙’도 국내 바이오벤처 오스코텍의 보스턴 자회사인 제노스코에서 개발한 물질이다.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 보스턴

특히 세계 최대 바이오 클러스터인 보스턴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신약후보물질을 찾고, 네트워크를 쌓는데 최적화된 곳이다. 전체면적 200만㎡ 지역에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중심병원, 존슨앤드존슨, 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회사와 바이오 벤처 등이 모여있다. 기초연구부터 신약 상업화에 이르는 전 과정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대학·병원, 기업, 바이오 벤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기술 트렌드와 정보를 교환한다.

이러한 생태계와 지원 덕에 글로벌 기업인 바이오젠을 비롯해 5100개 이상의 바이오 벤처가 보스턴에서 탄생했다. 2016년 기준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는 특허 5634건을 출원했고, 8만2075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같은 기간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VC로부터 각각 5억1900만달러(약 6186억원), 20억달러(2조384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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