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배달의민족의 글로벌 도전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 2019.12.18 04:09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배민이 아니고 요기요가?”, “5조?”, “치킨값 오르는 거야?”

배달앱 ‘요기요’를 운영하는 독일계 딜리버리히어로(DH)가 국내 1위 배달앱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다는 깜짝 빅딜 소식에 배달업계는 물론 음식 자영업자, 소비자들까지 한마디씩 얹기 바쁘다.

2등 서비스 운영사가 과점 사업자를 인수하는 경우인 데다 ‘40억 달러(약 4조7500억원)’라는 몸값(인수가격)에 우선 놀란다. 국내 인터넷 기업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배달 수수료가 오를 것”이라는 가맹점주들의 걱정, “더 비싼 치킨을 먹어야 하냐”는 소비자들의 현실적 고민도 들린다. DH는 ‘요기요’에 이어 3위 서비스 ‘배달통’도 소유하고 있다. 이번 딜이 마무리되면 국내 배달 앱 시장은 특정기업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사실상 독점 시장이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을 수 있을 지 조차 미지수다.

다양한 논란과 분석 속에 가장 주목할 것은 서로 으르렁대던 어제의 적들이 손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국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한 잘나가는 1위 기업이, 2위 기업과 지금 시점에. 우아한형제들은 국내 1위로는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컸을 법하다. 쿠팡이츠(쿠팡의 배달 앱)같은 신흥 경쟁자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국경없는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 자금력 부족한 토종 기업이 사라지는 건 한순간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계속 잘 싸우는 것보다 어떻게 더 크게 성장할 지 고민할 시기”라고 했던 이유도 이런 위기감의 발로다.

그는 새로운 성장의 해법을 ‘글로벌 동맹’으로 찾았다. 우아한형제들과 DH는 싱가포르에 50대50 지분 합작사 ‘우아DH아시아’를 세우고 김 대표가 회장으로 아시아 11개국의 사업 전반을 맡는다.


혼자 뭐든 하는 독불장군이 아니라 국가와 플랫폼을 뛰어넘는 합종연횡은 이제 생존 필수전략이 됐다. 미국·중국의 거대 플랫폼 기업들에 대항하기 위해 남은 기업들은 공동전선 구축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달엔 네이버 자회사 라인이 일본 소프트뱅크 자회사 야후재팬과 경영통합에 합의했다. SK텔레콤과 카카오는 3000억원 규모로 지분을 맞교환했다. 지금도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경쟁하는 긴장관계를 넘어 파트너를 찾으려는 기업들의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우아한형제들의 빅딜 이후 국내에서는 자영업자, 소비자 후생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회사측은 현 경쟁체제에 변화가 없다고 장담하지만 가장 좋은 설득 방법은 좁은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성공을 보여주는 것이다. 배달의민족이 한국에서 쌓아온 경쟁력과 노하우가 세계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걸 ‘우아’하게 증명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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