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서"… 우유·사과 훔친 父子에게 일어난 일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 2019.12.15 17:43
/사진=tv조선 캡처

인천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원 안팎의 음식을 훔치다 붙잡힌 부자에게 온정의 손길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4시쯤 아버지 A씨(34)와 아들 B군(12)은 인천시 중구 중산동에 위치한 J모 마트에 들어섰다. A씨는 식품 매장 구석진 곳에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아들이 멘 가방에 몰래 물건을 담았다.

우유 2팩과 사과 여섯 개, 그리고 마실 것 몇 개 등이었다. 모두 다 해도 1만원이 채 되지 않는 물건들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A씨는 "너무 배가 고파 해선 안 될 짓을 했다"며 눈물을 지었다.

경찰이 확인해보니 A씨는 기초생활 수급자로, 그동안 택시를 몰며 홀어머니와 B군의 생활비를 보조해왔지만 A씨가 당뇨와 갑상선 질환으로 여섯달 동안 일을 하지 못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에 J마트 주인 조진환씨는 "나 역시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처벌받게 할 수 없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경찰도 A씨 부자를 훈방 조치하고, 이들을 식당으로 데려가 국밥을 먹였다. 이재익 인천 중부경찰서 경위는 MBC에 "아침 점심도 다 굶었다는데, 요즘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감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마트에서 A씨 부자의 상황을 곁에서 지켜봤던 중년 남성이 느닷없이 음식점으로 들어와 하얀 봉투를 내려놓고 밖으로 나간 것이다. 봉투엔 현금 20만원이 들어 있었다. 경찰은 이후 이 남성에게 감사장을 전달하려 했지만 찾지 못했다.

기적은 더 지속될 전망이다. 경찰은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A씨에게 일자리를 알선하고 B군에게는 무료급식카드를 받도록 도왔다. J마트 주인 조진환씨도 A씨 가족에게 쌀과 생필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J마트를 찾아 선행을 나누고 있다. 온라인에는 'J마트 다녀왔습니다' '아이 먹으라고 과일 박스 결제하고 왔습니다' '50만원 선결제하고 왔습니다' 등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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