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One]교사·학부모 손잡고 모자라는 학교 운영비 번다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19.12.15 09:25

프랑스 학부모, 성탄절 트리 판매·벼룩시장 등으로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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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렁 시의 한 학교가 크리스마스 트리를 판매하고 있다.<정경화 통신원 제공>

(그르노블=뉴스1) 정경화 통신원 = "할머니, 올해에도 우리 학교에서 크리스마스 트리 사실래요?"

프랑스 남동부 코렁 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지난 11월 중순 학교에서 받아온 크리스마스 트리 구매신청서를 할머니와 할아버지에게 내밀었다.

12월 첫 금요일 코렁 시 학교 체육관에서는 동네 산에서 자란 크리스마스 트리를 판매하는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코렁 시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사들과 학부모회, 코렁 시의 비영리 단체가 함께 계획했으며, 아이들은 주변사람들에게 트리 판매를 알리는 일을 맡았다.

이 구매신청서를 통해 트리를 사는 경우 판매 금액 중 7유로(9200원)는 코렁시 학교에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렇게 모인 돈은 학교 재료 구입을 비롯해 야외활동, 외부에서 온 전문가의 수업 비용으로 쓰인다. 이 덕분에 부모들은 한해동안 추가비용을 거의 내지 않고 아이들 모두가 학교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학부모인 테레즈 르 세크(37)는 이날 중간 크기의 트리를 샀다. 그는 "아이들에게 더 나은 공부 환경을 마련하고 다양한 견학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어서 학교 행사를 돕는게 기쁘다"며 "아이들이 행사를 같이 준비함으로써 서로가 도우며 살아가는 사회를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된다"고 말했다.

이곳 선생님과 학부모회는 연말에는 트리 판매, 봄에는 벼룩시장, 여름에는 학년말 축제를 준비한다. 매 행사때마다 학부모들은 자발적으로 케이크, 쿠키 등 음식을 직접 준비해 와 판매한다. 코렁 시 학교와 유치원은 지난 연말에는 트리 180개를 팔았으며, 벼룩시장에서는 아이들이 기부한 장난감과 옷을 팔아 1000유로(132만원)를, 학년 말 축제 때는 각 아이마다 축제 놀이티켓권을 5유로(6600원)에 구매해 1137유로(150만원)를 벌었다.

학교를 통해 크리스마스 트리를 산 테레즈 르 세크 <정경화 통신원 제공>

3년 째 학부모회장을 맡고 있는 빅토리아 코스타는 지난해 행사에서 번 돈의 쓰임새에 대해 "시청에서 5학년 교실에 지원한 태블릿 외에도 행사에서 모은 돈으로 태블릿 몇 대가 더 마련됐다"고 했다. 또 이어 "내년 1월 코렁 시 초등학교 3학년 반 아이들에게 행사에서 번 돈 일부가 지원돼 저렴한 비용으로 일주일간 스키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코렁 시청에서 매년 학교 예산을 줄이기 때문에 교사들과 학부모회에서는 운동회 등 다른 행사들도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다른 지역과의 교육 환경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코렁 시의 경우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모이지만, 프랑스에는 교사와 부모의 도움이 적은 학교들도 많이 있다.

육아휴직 전 프랑스 파리의 한 초등학교 교사였던 테레즈는 "이곳에 이사오기 전 재직했던 학교 교장이 학기 말 축제날을 토요일로 제안하자, 선생님들의 일부가 토요일에는 근무 수당이 안 나오므로 나올 수 없다고 했다"며 "교사들과 교장은 결국 근무 일수 협의를 봐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의욕적인 교사들과 부모들이 이끌어가는 코렁 시 학교의 아이들은 '복받은 아이들'이라고 불렀다.

학교 시설을 비롯해 수업 물품과 재료 구매, 야외학습에 따른 비용을 제일 우선 지원하는 곳은 시청이다. 각 시청마다 소득에 따라 학교예산을 편성해 도시에 따라 아이들이 받을 수 있는 교육 혜택은 다르다.

코렁 시는 주로 고등교육을 받은 학부모들로 아이들 교육 관심을 갖고 학교 일에 동참하려고 한다. 하지만 소득별 예산과 차이나는 부모들 열성때문에 도시별 프랑스 교육의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테레즈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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