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단속 피하려다 추락사…법원 "업무상 재해 아냐"

머니투데이 송민경 (변호사) 기자 | 2019.12.16 06:00

[the L]


고용주가 직접적으로 도주를 지시했거나 도피 방법을 사전에 마련한 것이 아니라면 불법체류자 단속을 피하기 위해 높이 7.5미터의 난간을 통해 도피하다 추락해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상규 부장판사)는 사망한 외국인 불법 체류자 A씨의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외국인 불법 체류자인 A씨는 김포시 소재 한 신축공사장에서 철근공으로 근무했다. 2018년 8월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원들이 불법취업 단속을 나온다고 하자, A씨는 이를 피하기 위해 창문을 넘어 높이 7.5미터 가량 되는 비계의 난간을 통해 달아나다가 추락했다. 사고 직후 119 신고 등이 이뤄졌지만 결국 A씨는 뇌출혈로 사망했다.

A씨의 부인은 A씨의 사고로 인한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달라고 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사건은 법정으로 넘어갔다.

A씨의 부인은 “불법체류자의 단속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사업장의 내재된 위험이 실현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사업주가 출입구를 한 개만 설치한 잘못 등으로 인해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일반적으로 불법체류자인 근로자가 출입국관리사무소 단속반원들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도망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면 업무와 연관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사업주가 불법체류자에 대한 고용을 지속하고 형사처벌을 면할 목적으로 직접 도주를 지시했다거나 도피 경로를 사전에 마련해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전에 마련해두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고 그 사고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라면 업무상 재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문제가 된 건설 회사가 과거 불법체류자 고용으로 인해 처벌받은 전력이 있지만, 이 사고가 업무와 연관이 있다거나 사용자의 지배·관리하에 발생한 사고로 보기는 어렵다”며 이 사건에서 A씨의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이 사고는 다소 이례적이고 무리한 방법으로 도피를 하다가 발생해 단속 도피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라고 볼 수 없고 시설상 하자가 원인이 돼 추락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사고 직후 사업주의 응급조치가 미흡했다거나 조치 소홀로 인한 것으로도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베스트 클릭

  1. 1 의정부 하수관서 발견된 '알몸 시신'…응급실서 실종된 남성이었다
  2. 2 "건드리면 고소"…잡동사니로 주차 자리맡은 얌체 입주민
  3. 3 [단독]음주운전 걸린 평검사, 2주 뒤 또 적발…총장 "금주령" 칼 뺐다
  4. 4 22kg 뺀 '팜유즈' 이장우, 다이어트 비법은…"뚱보균 없애는 데 집중"
  5. 5 "이대로면 수도권도 소멸"…저출산 계속되면 10년 뒤 벌어질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