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유아의 자위행위, 어떻게 보시나요

머니투데이 박준이 인턴기자 | 2019.12.19 04:30

[성남 어린이집 사건 후]ⓛ증가하는 유아 성폭력, 제대로 된 성교육·인식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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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우리아이가 가해자가 될까 너무 무섭습니다. 우리 애가 그럼 전 진짜 미쳐 돌아버릴 것 같아요."

6살 남자 아이를 둔 엄마 하영(가명)씨는 최근 고민이 늘었다. 얼마 전 성남의 한 어린이집에서 또래에게 성폭력을 가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건 이후 주변에선 아이를 더 이상 '아이답게'만 바라봐선 안 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심지어 어린아이에 대한 성범죄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하영씨는 사람들의 불안이 이해가 되면서도 자기 아이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할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정말 아이들이 변하고 있는 걸까. 하영씨는 "아이를 키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요"라고 호소했다.



늘어나는 유아 성폭력, 달라지는 시선


아동 간 신체 접촉 사건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18일 성피해 상담기관인 해바라기센터와 여성 긴급전화 1366에 따르면 신체접촉을 가한 아동의 나이가 10세 미만인 경우가 지난 2016년 317명, 2017년 480명, 지난해 519명으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또래 아동의 중요 부위를 만졌다는 성남 어린이집 사건의 경우는 극단적인 사례 중 하나다. 육아정책컨설턴트 출신이자 현재 종로구 모 어린이집의 ㄱ원장은 실제 유아들이 성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ㄱ원장은 "3세 아이가 교실에서 자위 행위를 하는 장면을 목격해 조심스럽게 부모에게 말씀드렸다"며 "성에 관심을 갖는 나이대가 빨라지고 있는 걸 체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신체와 성에 대한 관심을 갖는 건 발달 과정상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며 "하지만 외부 환경의 영향으로 발달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럴수록 학부모들은 불안하다. 여자 아이 부모는 아이에게 어떻게 제 몸을 지키라고 가르칠지, 남자 아이 부모는 다른 아이를 만지지 말라고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한 걱정을 호소한다. 4살 여자 아이 엄마인 김지원(가명·24)씨는 "처음 (성남 어린이집) 사건을 접했을 때 너무 불쾌했고 우리 아이들이 혹여나 저런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매일 걱정한다"며 "어린이집 하원 후 아이에게 오늘 어땠는지 물어보며 씻기면서 성기를 확인하게 된다"고 불안해 했다. 5살 남자 아이를 둔 경수현(38)씨는 "조금 더 빨리 아이에게 성교육을 시켜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며 "하지만 (조심스러워) 어린이집 시설에서 교육을 잘 해주길 바라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네이트 판' 캡처

아이 부모들 뿐 아니라, 일반 여성들의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성인 여성이 목욕탕,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어린 아이의 신체 접촉이 불쾌하다는 글이 끊이지 않고 올라온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3살 남자 아이가 치마 밑에 손을 넣어 화가 난다' '어린 아이가 가슴을 만져 경찰서에 신고했다'는 등 아이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제보글까지 등장했다. 20대 여성 박서영(26)씨는 어린 남자 아이가 여자 화장실에 들어오거나 목욕탕을 이용하는 것이 불쾌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박씨는 "어린 아이에게 나쁜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타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한다는 건 분명한 잘못이다"며 "한국에 성범죄가 많이 일어나서 그런지 가해자가 아이든, 어른이든 여성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몇몇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뿐만 아니라, '성범죄' 자체에 대한 민감도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어린 아이의 성폭력 행위도 좋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유아 성폭력, '성범죄'로 바라봐야 하나



현재 영유아의 성적 언행, 신체 접촉, 유사 성행위 등을 규정하는 개념은 없다. 현행법상 10세 미만 아동 간에 발생한 성폭력은 성범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아는 '성'에 대한 인지 능력이 부족하므로, 처벌보다는 치료와 교육이 필요하다는 논지다. 그러나 아동 간 성폭력 사건이 증가하고,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변화하고 있는 지금, 아동의 성폭력 행위를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일각에서는 늘어나는 아동의 성폭력 행위 발생을 막기 위해선 특정 행동들을 '성폭력'으로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아이들의 성에 대한 호기심은 인정하되, 다른 아동에게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줄 수 있는 행위를 '나쁜 행동'으로 인식하자는 것이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아동 간 성폭력의 경우 가해 행위가 지속적으로 반복되는데도 아이나 부모가 이를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해 아동도 피해 아동도 성폭력에 해당하는 행위를 명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실제 아동 간 성폭력 사건을 예로 들며 "해당아동이 자신의 행동이 성적 괴롭힘이라는 인식은 없었을 수도 있지만 나쁜 거라는 인식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아동 간에서 발생하는 행위에 '성' 개념을 적용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ㄱ원장은 "성폭행·성추행이라는 개념 자체가 어른의 기준이다"며 "영유아 아동들은 '성행위' 자체를 모른다"고 설명했다. 영유아 아동들이 인간 본성에 따른 성적 호기심을 갖고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성적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하는 행동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다만, ㄱ원장은 "폭력은 폭력이다"며 "성 문제가 아닌, '친구를 괴롭히면 안 된다'는 인성 측면의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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