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끌었던 '키코 사태', 종지부 찍을까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19.12.13 10:18

2007년~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 900개 기업이 14개 은행과 계약...윤석헌 원장 취임후 수면위로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으로 10년 이상 끌어왔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는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키코 상품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서 2008년 3월까지 약 800~900개 기업에 14개 은행이 판매했다. 이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환율이 급등해 대규모 손실이 난 것이다.

피해기업 124개사는 2008년 11월 은행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2010년 2월에는 4개 은행에 사기혐의로 형사고발 했다. 대법원은 2013년 9월 "불공정과 사기성은 없었다"며 은행 손을 들어줬다. 다만 불완전판매와 관련해서는 기업이 일부 승소 했다. 당시 23개 기업에 대해 평균 26.4%의 배상비율이 나왔다. 금액으로는 105억원이었다.

이와 별개로 금감원은 2010년 8월 은행을 대상으로 검사와 제재를 했다. 금감원은 당시 10개 은행에 ‘기관주의’를 줬다. 72명의 은행 임직원에게는 ‘감봉’, ‘주의’ 등의 조치를 내렸다.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기 전 금감원이 ‘경징계’하는 선에서 사실상 매듭을 지은 셈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키코는 다시 쟁점이 됐다. 시작은 정치권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017년 키코 문제를 공식 거론했다. 최순실의 하나은행 인사개입, 신한금융의 남산 3억원 의혹과 더불어 ‘금융3대 적폐’로 키코를 지목한 것이다. 같은 해 12월 금융위원장 직속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는 “키코 재조사와 피해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하라”고 권고했다. 혁신위는 전원 민간위원으로 구성됐는데 당시 위원장이 다름 아닌 윤석헌 현 금감원장이었다.


금융위는 혁신위 권고와 정치권 압박 등으로 금감원과 공동으로 이행방안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5월 초 금융위·금감원은 키코 피해 기업으로 구성된 키코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만나 피해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방안과 더불어 분쟁조정을 약속했다. 공대위는 참여 기업 중 피해 입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4개 기업을 골라 지난해 7월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금감원은 12일 키코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4개 기업이 제기한 '키코' 불완전판매에 대해 심의한 결과, 은행들이 14개 기업에 피해기업의 15~41%를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키코 사건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안건으로 올라가 ‘세기의 분쟁조정’으로 조명받기까지는 윤석헌 금감원장 역할이 컸다. 윤 원장은 금융위가 공대위에 분쟁조정을 약속한 직후인 지난해 5월 금감원장에 취임했다. 2017년 혁신위원장을 맡은 윤 원장은 키코 권고안을 직접 작성하면서 “키코 사태는 감독당국이 금융회사 이익을 소비자보호에 우선해 처리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2010년 솜방망이 제재로 키코 문제를 덮기 바빴던 금감원이 10년도 지난 문제를 다시 꺼낸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성웅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분조위 손해배상 권고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소비자 피해에 대해 금감원도 소비자 피해구제에 대해 면밀하게 살피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이에 따라 피해기업과 은행 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미완의 숙제로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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