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똑같이 나왔는데 주가 희비 엇갈린 현대차 vs 기아차

머니투데이 최성근 이코노미스트 | 2019.12.24 06:20

[소프트 랜딩]'신차 효과' 없는 현대차 vs 있는 기아차

편집자주 | 복잡한 경제 이슈에 대해 단순한 해법을 모색해 봅니다.

요즘 광고를 보면 거의 한달에 한번 꼴로 신차가 출시되는 느낌이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필자는 유튜브 등을 통해 신차 시승기를 시청하곤 하는데 요즘만큼 신차가 많이 나온 적이 있을까 생각이 들 정도다.

신차는 보통 개발 비용만 수천억원에 달하며 개발 기간도 4~5년 정도 장기간을 요한다. 각 자동차 회사마다 차량 모델이 다양하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개발이 동시에 진행된다고 할 때 신차 개발비용은 제조사로선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그럼에도 신차는 제조사에게 있어서 매출을 유지하고 이익을 창출하는데 있어서 가장 근간이 되는 요소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출시해야 하는 상품이며 결정적으로 이러한 신차의 흥행이나 성공 여부에 따라 제조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좌우된다.

현대차의 신차를 보면, 지난해 12월 출시된 대형 SUV 팰리세이드부터 시작해서 올해 3월 5년 만에 풀체인지 모델로 야심차게 출시한 8세대 쏘나타(DN8), 그리고 SUV라인의 가장 막내로 초소형 SUV 신차인 베뉴를 7월에 잇따라 출시했다. 하반기 들어서는 플래그십 세단인 그랜져 IG가 거의 신차급에 준하는 부분변경모델(페이스리프트)로 출시됐고, 최근 출시 지연에도 불구하고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최초의 제네시스 SUV 모델 GV80에 이르기까지 가히 ‘신차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올해 현대차는 다양한 신차를 연이어 출시했다.

기아차의 경우에도 올해 상반기 중형 SUV인 니로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고, 현대차 그랜저와 맞먹을 정도로 호평을 받았던 K7의 역시 페이스리프트 모델인 'K7 프리미어'를 새롭게 선보였다. 이와 함께 소형 SUV 라인에서는 전기차 모델로 쏘울EV를 새롭게 출시했고 특히 전기차 시장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최고의 전기차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하반기에는 국내 소형 SUV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내놓은 신차 셀토스가 출시와 함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또한 단종됐던 모하비가 풀체인지 수준의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재출시되면서 대형 SUV 시장에서 현대차의 팰리세이드의 뒤를 잇는 인기몰이 중이다. 여기에 중형차로서 3세대 K5까지 출시되면서 중형 세단 시장의 8세대 쏘나타와 치열한 경쟁마저 예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신차를 쏟아낸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 실적은 어땠을까? 자동차산업협회가 집계한 올해 1~11월까지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 실적을 보면 현대차의 경우 내수와 수출을 합쳐 총 161만9645대로 전년 동기대비 3.7% 증가했다. 기아차의 경우 같은 기간 130만9683대로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했다.

내수 부문에서의 판매실적은 1~11월 기준 현대차는 67만5507대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반면, 기아차는 47만1075대로 -3.8% 감소한 실적을 나타냈다. 한편 수출 부문에서는 현대차가 94만4138대로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실적을 올렸고, 기아차는 83만8603대로 1.5% 판매가 증가했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의 내수와 수출 판매 실적은 11월까지 359만5237대인데, 이중 현대차의 비중은 44.5%로 전년 동기 대비 1.5%p 커진 반면, 기아차의 판매 비중은 지난해 38.1%에서 올해 36.7%로 비중이 -1.5%p 작아졌다.

그런데 이러한 양사의 판매실적만 놓고 보면 현대차가 기아차에 비해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작 주식시장에서의 평가는 이러한 판매 실적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현대차는 올해 1월 초 주가가 11만4000원에서 시작했다. 그러던 주가가 4월 들어 8세대 쏘나타 출시를 전후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13만9000원대까지 올랐고, 쏘나타의 흥행 호조로 6월에는 14만3500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연이은 신차 출시에도 현대차 주가는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1단계 미중 무역합의 직전인 12월 초에는 11만7500선까지 하락했다. 최근 들어 뉴그랜저의 출시와 함께 주가가 소폭 반등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12만원 대 초반에서 등락을 반복하면서 연초 출발했던 주가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올해 판매실적에서 현대차에 밀렸던 기아차의 주가는 약간 다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실적이 워낙 안좋았던 기아차는 올해 1월에 주가가 3만1800원 수준에서 출발했다. 그러다 4월 말에는 4만5000원 대까지 상승했고, 3분기에는 셀토스 출시와 함께 3년래 최고치인 4만6900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현대차와 같이 조정을 받아 하락했지만, 연말로 갈수록 다시 3세대 K5 출시와 함께 4만5000원대까지 상승한 상황이다.

올해 거듭된 신차 출시와 나쁘지 않은 판매 실적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의 주가를 끌어내린 악재들이 몇가지 있었다. 기본적으로 세계 자동차 경기 부진으로 인한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실적이 현저히 악화됐다. 2016년까지 중국에서 현대차는 연간 100만대 이상의 실적을 달성했지만 이후 80만대 수준으로 하락했고, 올해는 86만대를 목표치로 잡았지만 베이징공장의 판매 실적은 57만8000여대에 그쳐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판단이다. 급기야 올해 베이징 1공장도 문을 닫은 상태다.

한편 세타2 엔진 결함 문제 등 고정 비용 증가도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대차는 자체 개발한 세타2 GDi엔진의 지속적인 결함으로 지난 10월 미국과 한국에서 판매된 세타2 엔진이 탑재된 차량 469만대를 대상으로 '평생 보증'을 제공하고, 미국에서 제기된 집단소송 5건에 보상금 지급을 결정했다. 그로 인해 현대차 6000억원, 기아차 3000억원 등 모두 9000억원이 3분기에 비용으로 처리됐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부진이나 세타2 엔진 비용 문제는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특히 기아차도 함께 경험하고 있는 리스크다. 따라서 현대차가 기아차에 비해서 주가 흐름이 눈에 띄일 정도로 차별화된 약세를 나타낼 이유라고 볼 수는 없다.

최근 외국인들의 현대차에 대한 매도세는 과도할 정도다. 현대차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 포지션도 확대되면서 현대차의 외국인 지분율이 올해 초 45.80%에서 최근 40.77%까지 떨어졌다. 반면 기아차 외국인 지분율은 같은 기간 40.64%에서 42.02%로 오히려 상승했다.

물론 신차 효과만을 갖고 현대차 주가가 반드시 상승해야 한다는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성능 좋은 인기 있는 신차들을 줄줄이 내놓으면서 호평을 받았고, 동시에 악재도 동시에 경험하고 있는데 유독 현대차 주가는 외면받고 기아차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서 머리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현대차와 기아차는 생산 라인이나 부품을 상당부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표적으로 쏘나타와 K5는 플랫폼부터 파워트레인 및 각종 편의장치까지 적지 않은 부분을 공유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차에 있어서도 품질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짐작할 수있다.

내년에도 현대차와 기아차는 국내외 시장에 각각 29개, 30개의 신차 모델을 대거 출시할 예정이다. 새해에는 멋진 '신차 효과'가 제대로 실현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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