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2등 국민'의 육아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 2019.12.13 04:30
공무원에게 노후 연금을 더 챙겨주는 공적연금처럼 육아휴직도 민간인과 공무원 간 차별이 존재한다.

2008년 여성 공무원 육아휴직 기간이 국가공무원법 개정에 따라 1년에서 3년(유급 1년 + 무급 2년)으로 늘어났다. 남성 공무원은 2015년부터 육아휴직을 3년까지 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민간 기업은 육아휴직 1년(유급) 보장만 의무화돼 있다.

민간기업 내에서도 소규모 기업 종사자는 육아휴직이 그림의 떡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5월 발표한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를 보면 5~29인 사업체의 육아휴직 활용도는 2.4%에 불과했다. 30~99인 사업체도 11.9%에 머물렀다. 경력 단절, 소득 감소, 승진·평가 불이익 등은 여전히 민간 기업 노동자가 육아휴직 사용을 주저하게 하는 이유다.

차별은 공직사회 내에도 존재한다. 공무원과 함께 일하지만 공무원은 아닌 공무직은 소속기관에 따라 육아휴직 기간이 다르다. 교육부는 3년인 반면 문화체육관광부는 1년이다. 기획재정부는 여성 3년, 남성 1년이다.


공무원 육아휴직 보장 기간을 늘릴 때는 먼저 공공분야에서 육아휴직을 잘 활용하게 한 뒤 장단점을 파악해 민간으로 확산시키겠다 의도였다. 실제 지난해 국가공무원 육아휴직자는 3만4000 명에 달했다. 민간 기업 육아휴직자가 9만9200명이었는데, 민간 기업 종사자 규모가 국가공무원보다 20배 정도 큰 점을 고려하면 공무원들이 얼마나 육아휴직 제도를 잘 활용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공무원들의 도시인 세종시가 출산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을 보면 육아휴직이 저출산 완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4명 가운데 1명이 공무원을 준비할 정도로 공무원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것은 이처럼 민간과 공직에 존재하는 '삶의 질' 차이 때문이다. 조선시대 '양반'은 관리, 즉 공무원을 뜻하고 양반이 아닌 일반 백성은 '상민'이라 칭했다. 그 때처럼 공무원은 1등국민, 민간인은 2등국민이 돼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자조해 본다.

사진=박경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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