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초유의 기능 정지… 韓日 분쟁도 영향 가능성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 2019.12.11 14:46

미국 '어깃장', 정원 7명인 상소위원 이제 1명 남아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이 10일(현지시간) WTO의 기능정지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FP
세계무역기구(WTO)가 기능 정지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무역분쟁절차의 최종심을 담당하는 WTO 상소위원이 1명 빼고 모두 임기가 만료됐기 때문이다. 미국이 후임 선출에 지속적으로 어깃장을 놓은 결과 1995년에 창립된 WTO는 미래조차 불투명해졌다.

◇ 美 후임 반대로 WTO 상소위원 1명만 남아

10일(현지시간) AP, BBC,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1일자로 상소 위원 3명 중 2명의 임기가 종료돼 WTO 상소위원은 1명만 남게 됐다. WTO 규정상 무역 분쟁을 심리하기 위해서는 3명의 상소위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상소위원이 1명으로 줄어들면서 재판부 구성이 아예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상소기구에 계류 중인 14건의 안건이 공중에 뜰 위험이 있다. WTO는 이중 조사가 끝난 4건에 대해서는 "보고서 작성은 가능할 것"으로 봤지만 나머지 10건에 대해서는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새로운 분쟁 접수도 불가능하다.

본래 상소위원의 총 정원은 7명이다. 상소위원은 164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선임된다. 그러나 미국이 상소위원 후임 선출에 반대하면서 재직 중인 상소위원이 점차 줄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WTO가 미국이 중국 등 다른 나라의 불공정 거래에 대응하는 데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분쟁 조절 시스템에 분명한 변화가 필요하다"며 회원국 대사들이 참석하는 고위급 협의를 통해 대책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기간에 상황이 해결되기는 어렵다. 이미 한국, 일본, 호주, 칠레, EU 등이 WTO 상소기구 개혁을 요구해왔으나 개혁 역시 회원국들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WTO가 기능 정지에 빠지면서 보호무역주의가 더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있다. 당장 오는 15일에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AP는 "WTO의 반발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면서, 각국은 수입품을 제한하는 데 관세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며 "이러한 보호주의의 증가는 불확실성을 키우고 무역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EU 새로운 중재 기구 준비…日 상급위 개혁 주장

유럽은 새로운 중재 기구를 마련 중이다. EU(유럽연합)와 캐나다는 지난 여름 WTO의 기능 정지에 대비해 새로운 무역분쟁 해결 시스템 마련에 합의한 바 있다. 필 호건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성명서를 통해 "WTO의 기능정지는 매우 유감스럽고 다자주의 무역 시스템에 심각한 타격"이라고 밝혔다. 호건 위원은 또 무역분쟁 해결 시스템과 관련해 추가 제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은 WTO가 다시 제기능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상급위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수산물 금지에서 패소한 일본은 미국과 함께 상급위의 재판기능을 강화하는 데 난색을 표하는 한편 EU와 WTO의 기능 정지도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한국과 WTO에서 여러차례 맞붙고 있다. 일본은 한국이 원전 사고 발생 지역인 후쿠시마 주변산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한 데 대해 반발, 제소했으나 지난 4월 패소했다. 지난 11월에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강화를 둘러싸고 한국이 일본을 WTO에 제소하기도 했다. 현재 제소는 중단됐지만, 갈등이 재발하면 한국과 일본은 첫번째 소위원회를 열게 된다. 여기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상급위원회로 가야 한다.

이러한 이중적인 입장은 일본 장관들의 발언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날 가지야마 히로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상급위원회의 기능을 조기 회복하기 위해 WTO 가맹국 전체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상급위원회의 개혁은 긴요한 과제"라며 2020년 6월 WTO 각료 회의를 향해 일본이 가맹국들 간의 논의를 적극적으로 주도해가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지난 4월 호주와 함께 상급위의 심사기한준수 등을 중점으로 하는 개혁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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