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의장은 이날 오후 본회의장에 먼저 도착해 한국당 의원들의 입장을 기다렸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 소속 의원들이 대부분 재석해 회의를 열 수 있는 과반(150명)이 넘은 상황이었지만 문 의장은 개의 선언을 하지 않았다.
10여분 뒤 의원총회를 마친 한국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으로 하나둘씩 들어오자 문 의장은 곧바로 "회의를 속개한다. 효율적인 회의 진행을 위해 예산안부터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 의원들은 미처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선 채로 항의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날치기다!", "문희상 사퇴하라!", "이게 의회주의냐!"라며 큰 소리로 반발했지만 문 의장은 개의치 않았다. 한국당 의원들의 고성에 문 의장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문 의장은 예산안 투표를 위한 발언을 해나갔다. 문 의장은 귀가 아프다는 듯 인상을 쓰며 귀를 후비기도 했다.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가 의장석 옆으로 올라가 문 의장에게 직접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쪽에서 "심재철 의원 내려오세요!"라는 고함이 나오기도 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자 민주당도 "토론 종료!"라는 구호를 외쳤다. 토론하지 말고 바로 표결에 들어가자는 요구였다.
문 의장은 예산안 상정을 선언한 후 세 차례 한국당에 "토론하라"고 제안했다. 한국당은 응하지 않고 계속해서 "사퇴하라!", "독재타도!"를 외치며 저항했다. 문 의장은 "토론 안 하시겠느냐. 토론 종료를 선언한다"고 했다. 토론 종료를 알리는 의사봉 소리에 민주당은 박수를 쳤다.
아수라장 속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정부 의견 발표는 짧게 끝났다. "예산안에 이의가 없다"는 홍 부총리의 말에 문 의장은 "예산안을 의결하겠다. 투표해 달라"고 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재석 162명에 찬성 156명·반대 3명·기권 3명으로 예산안이 통과됐다.
문 의장은 곧바로 2020년도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수정안을 투표에 부쳤다. 재석 158명에 찬성 158명·반대 0명·기권 0명으로 통과됐다. 이후 문 의장은 하나의 비쟁점 안건을 추가로 처리했으며, 이낙연 국무총리가 인사말을 했다. 이 총리는 심 원내대표가 막고 있는 발언대를 측면으로 돌려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을 의결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짧게 말했다.
문 의장은 바로 정회를 선포하고 자리를 떴다. 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과 다른 의원들이 전부 퇴장한 후에도 항의를 이어갔다. 의장석 앞에 모인 한국당 의원들은 '4+1 세금도둑', '날치기 예산 불법' 등의 손피켓을 들고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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