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디즈니랜드 입장권, 美·中보다 싼 이유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 2019.12.11 06:30

일본 '아베노믹스'에도 실질임금 20여년 전보다 줄어

일본 도쿄 도심의 노점상/사진=AFP
일본이 저소비·저물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소비가 줄었고, 이 때문에 물가도 낮아 경기가 활성화 되지 못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0일 기사에서 일본의 낮은 소비자물가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각종 서비스, 상품 제품에 대한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다른 주요국들과 비교해 현저히 낮았다.

세계 6개 도시에서 운영하는 디즈니랜드 입장권 가격을 비교하면 일본 도쿄는 성인 1일권 기준 약 75달러로, 미국 캘리포니아(140달러)의 절반 수준이었다. 프랑스 파리(120달러), 중국 상하이(88달러)보다도 저렴했다. 도쿄 디즈니랜드를 운영하는 오리엔탈랜드는 닛케이에 “정기적으로 방문객의 가격 민감도를 조사한다”며 “일본 경제 상황에 따라 입장권 가치를 평가해 가격을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26개국에서 운영 중인 ‘저렴이’ 쇼핑몰 다이소 가격으로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100엔(1000원) 균일가’인 상품이 미국에서는 160엔, 방콕 200엔, 중국 153엔이었다. 저렴한 상품을 모아놓은 곳에서조차 일본의 저물가가 도드라진다.

서비스 물가도 낮아 5성급 호텔에서의 1박 비용이 영국 런던에선 평균 17만 엔, 일본 도쿄에선 7만 엔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미국 아마존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의 연회비도 미국에선 1만3000엔 수준인데, 일본에선 4900엔으로 3분의 1 가격이다.


일본 도쿄 도심을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사진=AFP
닛케이는 일본이 저물가에 머무는 이유로 ‘엔화 약세’와 ‘정체된 임금’을 꼽았다. 엔화는 2012년 초만 해도 1달러당 80엔이 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110엔 전후로 약세를 보인다. 하지만 일본 제일생명경제연구소는 “지금의 가격 차이는 환율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며 “기저에는 임금인상 정체와 소비 의욕 저하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로 인해 “물가 침체가 지속하고 경기도 살아나지 않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의 1997년 실질임금이 100이라면, 2018년 실질임금은 90.1로 오히려 감소했다. 미국이 116, 영국은 127.2로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일본 기업은 임금인상에 소극적이다. 일본 제조업계에서는 “2020년 노사교섭에서도 일률적인 임금인상은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정부는 저물가를 탈피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2%를 목표로 잡고 금리를 내리는 등 재정·통화 부양책을 썼다. 하지만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일본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보다 0.2% 오르는 데 그쳤다. 일본은 다시 돈을 풀기로 했다. 5일 일본정부는 재정 13조2000억 엔을 포함, 총 26조 엔 규모의 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인프라 투자, 공무원 채용 확대 등 사업이 핵심인 이번 대책에 대해 정부는 “아베노믹스 엔진을 재점화하고 디플레이션 탈출과 경제 회생으로 가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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