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조기총선 D-3…존슨이 쏘아올린 브렉시트공은 어디로?

머니투데이 뉴스1 제공  | 2019.12.09 13:20

여론조사는 보수당 우세…과반 확보는 '아직'
존슨 승리해도 과제 산적…분리 독립운동 가능성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트위터 메인화면 © AFP=뉴스1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영국 정계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두고 끊임없는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조기총선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를 강행하기 위해 운명까지 내건 '도박'이다. 존슨 총리가 승리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총선은 오는 12일(현지시간) 실시된다. 지금까지 영국 여론조사 결과는 대부분 보수당이 제1야당인 노동당에 우세하다고 나온다. 8일 가디언에 따르면 이달 실시된 10건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보수당 지지율은 노동당에 7~15%포인트(p) 정도 앞서고 있다.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키려면 과반 이상을 득표해야 한다. 그러나 과반 이상을 득표해 보수당이 승리한다고 해도 정국 혼란의 끝은 아니다.

◇ 최대 쟁점 브렉시트…존슨, 하원 과반 확보에 '사활'

존슨 총리는 당초 무조건 지난 10월31일자로 브렉시트를 관철시키려 했다. '노딜 브렉시트'(EU와 합의 없는 브렉시트)까지 불사하겠다면서 말이다.

EU와 합의가 지지부진해지고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것이란 불안까지 커지자 일부 내각 장관들은 물러났고 보수당 의원들도 탈당하면서 보수당은 하원 내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었다.

존슨 총리가 뒤늦게 EU와 합의해 브렉시트안을 가져오긴 했다. 하지만 지난 10월22일 하원은 EU탈퇴협정법(WAB) 의사일정안을 부결시켰다. 심지어 보수당의 연정 파트너였던 자유민주당(LD)조차 브렉시트에 반대하며 2차 국민투표를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존슨 총리는 조기총선 카드를 빼들고 국민에게 호소하는 쪽을 택했다. 존슨 총리는 "총선에서 내가 과반 의석을 확보한다면 우리는 브렉시트 합의안을 비준해 내년 1월 브렉시트를 완수하고 이 나라도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 © AFP=뉴스1

반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브렉시트 2차 국민투표를 공약했다. 아예 원점으로 돌아가 'EU 탈퇴냐, 잔류냐'를 두고 다시 국민에게 묻겠다는 것이다. 코빈 대표 스스로는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고 중립 입장으로 남겠다고 밝혔다.

만약 유권자들이 코빈 편에 선다면? 그렇다면 이번 총선은 브렉시트를 놓고 벌이는 2차 국민투표나 다름 없을 것이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브렉시트를 반대하는 유권자들이 존슨 총리를 막기 위해 노동당에 '몰표'를 주는 전략적 투표를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트럼프 이용하다 '러시아 개입설' 뒤통수 맞은 코빈

코빈 대표는 브렉시트 정국 내내 반(反)존슨 연합을 이끌며 존재감을 키웠다. 그가 특히 공격하는 지점은 존슨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친분이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를 대비해 테리사 메이 총리 시절부터 미국과 새로운 무역협상을 진행해왔다.

코빈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국민 여론을 이용, "존슨 총리가 트럼프와 미국 거대 의약 기업에 (영국의 공공의료서비스) 국민건강서비스(NHS)를 팔아넘기려고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달 27일 451쪽짜리 '비밀 문건'을 입수했다며 보수당 정부가 2017년부터 NHS를 미국과의 무역협상 대상에 올렸다고 폭로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하지만 사태는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은 해당 문건을 올린 익명 게시물을 추적한 결과 러시아와 연관된 계정이 문건을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영국 총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이에 오히려 코빈 대표가 수세에 몰리게 됐다. 코빈 대표는 러시아 개입설을 "넌센스"라고 주장했다. 존슨 총리는 러시아가 선거에 개입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지만, 내각 일부 장관들은 이 문제를 더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나선 상황이다. 갑작스러운 러시아 개입설에 선거판이 얼마나 흔들릴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 보수당, 과반 확보하면?…EU와 무역 합의 '관건'

이번 총선에서 보수당이 과반을 확보할 경우 존슨 총리는 EU가 연장해준 내년 1월31일 예정대로 브렉시트를 진행하게 된다. 그 후 존슨은 자신이 공약한 대로 2020년 말까지 EU와 무역협정을 합의하기 위한 협상에 들어갈 것이다. 합의 전까지 영국과 EU 사이에는 현 관세와 이민법이 변함없이 적용되는 과도기 상태가 이어진다.

하지만 무역협정이 합의에 이르고 양측에서 이를 비준하기까지는 보통 수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 합의가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은 결코 작지 않다. 가디언은 무역협정 합의가 지지부진할 경우 또 다른 '노딜 브렉시트'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도기 기간이나 구체적인 관세협정 등에 대해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존슨 총리가 '노딜'을 선언하고 언제든지 과도기 상태를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선거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EU 잔류파가 많은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는 분리 독립 움직임이 일어날 수도 있다. 보수당이 승리하면 브렉시트 반대 시위에 힘입어 이들 지역에서 분리 독립주의자들이 득세할 수 있다. 이는 존슨 총리에게 적지 않은 정치적 위협으로 다가올 수 있다.

◇ 존슨의 브렉시트 실패?…더 큰 불확실성 올 수도

헝의회(어느 쪽도 과반 확보를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될 경우 존슨 총리는 현직 총리로서 연정을 구성할 우선권을 갖게 된다. 하지만 연정 파트너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유민주당과 민주연합당(DUP) 모두 이미 존슨 총리의 브렉시트안에 반대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연정 구성권이 노동당으로 넘어가면 코빈 대표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과 연정을 시도해 2차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연정도 쉽지는 않다. 코빈 대표는 SNP가 원하는 스코틀랜드 독립 국민투표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적 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당은 코빈 대표에 반감이 커 더욱 연정에 참여할 가능성이 적다. 결국 헝의회가 될 경우 연정 구성의 선택권은 SNP와 자유민주당에 달릴 전망이다.

하원에서 연설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 AFP=뉴스1

확률은 희박한 것으로 보이지만 예상 외로 노동당이 선전해 과반을 확보할 경우 코빈 대표가 새로 총리가 되고 존슨 총리는 영국 사상 최단기간(5개월) 재임한 총리가 된다. 노동당은 공약에 따라 2차 국민투표를 진행하고, 결과에 따라 새로 EU와 브렉시트 합의를 시도하거나 잔류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가 또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영국과 브렉시트 합의를 거쳐오면서 EU의 인내심이 이미 바닥났다는 점이다. EU는 더 이상의 브렉시트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내년 1월31일 브렉시트마저 실패로 끝난다면 영국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고 새로운 정부는 존슨 총리보다 훨씬 '완만한 수준'에서 브렉시트 합의를 해야 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EU가 합의를 해줄지도 모르고, 해준다고 해도 이 합의안이 영국 하원에서 통과될지 보장할 수 없다.

잔류를 선택하고자 한다면 2차 국민투표를 통해 정치적 정당성을 획득해야 하지만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EU 잔류'에 표를 던질지 알 수 없다. 결국 영국 정치가 훨씬 더 큰 혼란과 불확실성 속으로 빠져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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