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업들이 배당해야 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 2019.12.10 05:30
"짧게 돈을 넣었다 뺐다만 반복하면 시장이 발전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투자자 탓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예요. 기업들이 배당을 안하니까, 돈 벌 방법이 그것밖에 없잖아요."

ESG(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투자와 관련한 취재를 하다가 만난 한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세계적으로 ESG 요소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착한 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런 기업들에 투자하면 성과가 더 좋다는 시각이 이미 지배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 투자자들에게는 생소한 얘기다.

ESG를 고려한 투자는 장기 투자를 기본으로 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단기의 재무 성과보다 ESG를 더 중시한 기업 경영을 하다 보면 장기적으로 이익률이 좋아진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투자자들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 같은 기업을 잘 선별해 장기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배당을 잘 하지 않아 장기 투자를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당이 없으니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주가 흐름에 따라 주식을 단기로 매매하는 수밖에 없다. 이에 기업들은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단기적인 재무 성과에만 더 집중하게 된다. 악순환인 셈이다.

실제 우리나라 기업들의 배당성향은 세계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국내 상장 기업들의 배당성향은 평균 24.8%로 미국 등 주요 선진국 7개국의 배당성향 평균 41.9%보다 낮았다. 이 밖에 국내 대형 상장사의 4분의 3이 배당 관련 공시 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기업들이 배당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배당을 잘 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 기업과 내가 함께 커간다는 신념을 가지고 장기적인 투자를 할 투자자들도 많아진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이 단기적인 부담을 덜고 장기적인 발전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ESG 요소를 고려한 투자는 세계적으로 산적한 많은 문제들을 민간 영역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을 두고 있다. 기업 경영과 투자를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배당을 늘리는 일,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사회부 법조팀 한정수 기자수첩용 / 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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