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선, 기업·투자자·당국 공동의 노력 필요"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20.01.01 05:00

[2020 새로운 10년 ESG]1-<10>투자 패러다임이 변한다…워렌 첸(Warren Chen) ISS 아시아 담당 이사 인터뷰

편집자주 | ESG(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ESG 친화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자금은 30조 달러를 넘어섰고, 지원법을 도입하는 국가도 생겨났습니다. ESG는 성장정체에 직면한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단이자 목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2020 새로운 10년 ESG’ 연중기획 기획을 통해 한국형 자본주의의 새 길을 모색합니다.

워렌 첸 ISS 아시아담당 이사 인터뷰 / 사진=김창현 기자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규제 당국과 산업을 대변하는 협회, 기업, 투자자 등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느 나라에서든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일정 부분 개입합니다. 정부가 손을 떼고 기업이나 산업계에만 지배구조 개선을 맡긴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에서 아시아 지역 상장사의 지배구조 부문을 담당하는 워렌 첸(Warren Chen) 이사는 지난해 말 이뤄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규제 당국은 물론이고 상장사를 비롯한 자본시장의 여러 주체들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권리 보호 등 측면에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방법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궁극적 목표는 동일하다"고 말했다.

ISS는 1985년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기관 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자문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글래스루이스와 함께 세계 의결권 자문 시장을 양분하는 대표적 업체 중 한 곳이다. 연기금이나 국부펀드 등은 물론이고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등 다양한 형태의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대상 기업의 주주총회 등의 과정에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ISS가 기업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찬성·반대의 근거를 제시한다. 국내에도 서스틴베스트·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의안분석 서비스 기관·업체가 있는데 ISS는 세계 최초로 이 서비스를 개시했다.

ISS가 현재 의안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라는 115곳에 이르며 이들의 분석대상 기업은 전 세계에 걸쳐 2만곳 이상에 달한다. 한국증시에 상장돼 있는 국내 주요 종목들도 ISS 분석대상에 올라 있다. ISS의 의안분석 서비스를 받는 전 세계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수만 2000곳에 이른다.

아래는 워렌 첸 ISS 아시아 담당 이사와의 문답 내용이다. 이번 인터뷰는 김진성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팀장의 통역 하에 진행됐다.

- ISS의 원칙은 개별 지역·국가에 맞게 변용이 될 수도 있는가

▶로컬 마켓에 맞는 정책들이 따로 있다. 예를 들어, 타이완, 싱가폴 등 각국에 맞는 정책들 있고, 그 외 지역단위의 정책들도 있다. 젠더 다양성에 대한 문제에 있어서도 글로벌 관점과 개별 지역의 관점이 다를 수 있다. 지역·국가별 규제상 차이가 있을 경우 해당 지역에 맞게 ISS의 원칙이 조정돼 적용될 수 있다.

- ISS가 개별 기업을 평가하는 원칙은 어떤 절차에 의해 수정·조정되는가
▶매년 7월부터 11월까지 정책 조정(policy update)이 진행된다. 이 때, 규제, 지배구조 코드(CG Code), 투자자 동향(investor sentiment) 등을 확인한다. 현재 ISS 정책을 살펴보고, 어떠한 정책이 개정되어야 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설문을 돌린다. 정책 변경 안을 모두가 댓글을 달 수 있게 홈페이지에 올린 후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한다. 토론결과를 확인 후 평가절차 변경에 대한 내부 승인을 받는다. 그 이후 이듬해 2월에 공식적으로 변경된 정책을 발표한다.

- 한국에서는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를 본격화하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많은데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시장마다 주주 행동주의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 주주행동주의가 자본시장의 일부(part of capital market)라고 받아들이는 시장도 있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시장도 있다. 주주는 기업의 최종적 소유자(ultimate owners of corporation)이며,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다른 법체계(Jurisdiction)에서는 주주행동주의에 대해 적대적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ISS)는 전문가(professional managers)이며, 기업의 정보전략(Information strategy)에 관해 알고 있고, 정보가 많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야 할 지 알고 있다.

ISS는 의결권 자문사이지 주주가 아니다. ISS는 (주주와 기업간 소통에 있어) 당사자가 아니다. ISS는 주주인 고객에게 자문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ISS는 회사에 밀어붙일 특정한 안건(specific agenda)은 없다. 이건 ISS가 하는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일반 장기 주주(general long-term shareholder)의 관점에서 일한다. 우리는 안건에 대해 의견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publicize)하거나,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의 활동은 하지 않는다.


기업이 주주행동주의에 대해 적대적으로 생각하는 것(Resist)을 이해하며,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ISS의 관점은 다음과 같다. 이사회의 역할은 주주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이므로 주주와 커뮤니케이션을 할 필요가 있고,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가능하다면, 자주(frequently) 그리고 면대면(face-to-face)로 하는 것이 좋고, 주주의 의견에 항상 개방(open)되어 있어야 한다. 주주의 의견을 들어서 나쁠 것은 하나도 없다.

- 한국기업과 대화해 본 경험은 어떠했나

▶ISS는 한국 기업과 자주 소통(communicate)한다. ISS가 소통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그들의 관점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ISS의 정책을 알려고 하는 측면에서 매우 우호적(open)이다. ISS와 적대적 관계에 있지 않다. 우리는 의결권 자문사이지 컨설턴트가 아니므로 컨설턴트와 같이 직접적으로 행동하기는 어렵다. 대화할 수 있는 주제 및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에 제약이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 특정 안건을 상정하려고 하는데 이에 대해 ISS의 승인(approval)을 받으려고 하는 경우 등은 적절하지 않다.

ISS가 한국 상장기업과 대화할 때 주로 나오는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한국 기업들은 첫째, ISS의 정책을 알고 싶어한다. 둘째, ISS가 어떻게 경영개입(Engagement)을 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어한다. 시기(timing), 방법(method) 등에 대한 부분이다. 한편, 기업들은 그들의 재무상황, ESG 등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내용들이 ISS가 기업과 관여할 때 주로 나오는 이야기이다. 특별히 기업과 적대적 관계(adversary)에 있지는 않다.

- ISS 등과 소통하는 한국기업의 태도에 최근 변화를 느낄 수 있는가. 현 정부에서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개선된 부분이 있다고 본다. 규제당국, 상장기업 등 여러 주체들이 지배구조 개선, 주주권리보호 등등의 측면에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생각들은 각기 다르다. 하지만, 궁극적 목표는 동일하다고 본다. 어느 나라에서든 정부가 지배구조 개선에 개입한다. 한국 뿐 아니라 다른 시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시간이 소요되며, 관련된 모든 주체, 즉 ISS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같은 의결권 자문기구는 물론이고 기업, 산업협회(industry association), 규제당국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 한국기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개선사항이 있는가

▶가장 큰 약점이나,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urgent issue)에 관해서는 잘 모르겠다. 다만,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들이 있다고 본다. 공시, 공시 내용(보상, 이사 후보의 배경에 대한 내용 등)과 같이 기본적인(fundamental) 측면에서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번역 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한국시장을 파악하는 ISS직원들은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는 주요 사항에 대한 공시 시기(Timing)가 중요하다.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소집공고가 많이 나오는데 주주가 개별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ISS는 주주총회 2주일 전에 보고서를 발행한다. ISS의 고객인 기관투자자들은 그 시점보다 앞서 개별 안건에 대해 찬반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곳도 있다. 공시가 늦으면 의안을 분석해 찬반 의견을 내기에 시간제약이 있다.

아울러 공시 자체에도 제대로 정보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내용이 담겨 있는지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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