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의 굴욕…애플에 시가총액 '역전'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 2019.12.05 11:35

4일 애플 시총 장중 1396조원 최고치, 코스피 1390조원 넘어…'셀 코리아' 심각



코스피의 하락이 이어지는 동안 애플 주가는 꾸준히 오르면서 처음으로 애플 시가총액이 코스피를 추월했다. 한 국가의 증권시장 크기가 기업 하나의 가치보다 저평가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본의 이탈로 '셀 코리아'(sell korea)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4일(현지 시간) 미국 증권시장에서 애플 주가는 전일 대비 2.29달러(0.88%) 오른 261.74달러에 마감했다. 매일 신고가를 경신하던 애플은 미·중 무역협상 난항으로 최근 3거래일 연속 하락했지만 다시 미·중이 합의에 근접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날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장중 최고 263.31달러까지 오르며 시가총액 1조1700억달러를 찍었다. 이날 원/달러 환율 기준으로 1396조원으로 코스피 시가총액 1384조4027억원(5일 종가기준)을 넘어선 규모다. 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이 코스피 시가총액을 역전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장 마감 시점에는 애플주가가 다소 빠졌지만 종가 기준 시가총액도 1조1630억달러(1387조원)로 코스피를 추월했다. 코스피 입장에서는 굴욕적인 일이다.

이날 애플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미·중 무역협상이 합의에 근접했다는 소식이었다. 애플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중국 사업이 미·중 무역분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양국이 스몰딜(부분적 합의)에 최종 서명하면 중국 매출이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중국 사업의 어려움 속에서도 애플은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과 서비스 매출의 급등으로 큰 폭의 실적 감소는 면했다. 2019 회계연도(2018년10월~2019년9월) 전체 매출은 2601억7400만달러로 전년 대비 2% 줄었지만 서비스 매출이 462억9100만달러, 웨어러블 매출이 244억8200만달러로 각각 16%, 41% 증가했다.

애플은 '애플이 하면 유행이 된다'는 말을 웨어러블 매출로 증명해 보였다. 2014년 애플워치가 처음 나왔을 당시 시계도 스마트폰도 아닌 어중간한 기기라는 혹평을 받았으나 지금은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을 선도하는 아이템이 됐다. 에어팟 역시 스마트폰에서 기존 대세였던 이어폰 잭을 없앴다는 점 때문에 우려가 컸지만 현재는 무선이어폰 시장의 새로운 대세가 됐다.

애플이 매년 혁신을 선보이며 날마다 주가 신기록을 쓰는 동안 코스피는 제자리 걸음을 했다. 애플 주가는 올 들어 65.9% 오른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 시총은 3.4% 늘어나는데 그쳤다.


글로벌 시총 2위 마이크로소프트(MS)도 현재 시총 1조1432억달러(1367조원)로 코스피를 바짝 뒤쫓았다. MS는 오피스 프로그램 월구독 방식 전환과 클라우드 시장 진출로 실적을 개선하면서 올해 주가가 47.57% 상승했다.

미국의 양적완화로 시장에 돈이 풀리면서 미국 증시가 펀더멘털(기초체력) 대비 부풀려졌다는 비판도 있지만, 코스피가 글로벌 투자자 시각에선 매력적이지 않은 투자처로 비춰진다는 문제가 더 크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7일부터 지난 4일까지 20거래일 연속 순매도했고 이 기간 순매도 규모는 5조원에 달했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지수 내 조정으로 한국 비중이 줄고, 최근 코스피 반등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원화 약세로 환율이 오르는 것도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부담이다. 달러 대비 원화 가격이 떨어질 경우 원화로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글로벌 교역량 감소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디플레이션 우려도 증시의 발목을 잡는 요소다.

최근에는 다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돼 코스피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살얼음을 걷고 있는 듯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무력사용을 언급하는 등 12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지정학 리스크가 다시 부상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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