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문공보관' 방패 뒤에 숨은 검찰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 2019.12.05 10:32
"전문 공보관인 저도 아는 게 없다. 규정을 설명 드리는 것 뿐이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 훈령)을 시행한 직후, 서울동부지검에서 기자단과 만난 전문 공보관의 대답은 이 한마디로 요약됐다.

공보란 사전적 의미로 국가기관에서 국민에게 각종 활동 사항에 대하여 널리 알리는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공보를 언제 어떻게 할지는 수사팀 결정에 달려있어, 전문공보관은 단순한 메신저 역할에 그친다. '전문'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다.

"그럼 도대체 무엇을 공보한다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볼멘소리에도 "규정이 그렇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민간위원을 포함한 '형사사건 공개 심의위원회'라는 기구도 실상은 허무하다. 심의위에서는 공개 범위만 결정한다. 심의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최종 결정권은 수사팀에 있다.


수사팀이 공개하지 않기로 하면 그만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필요할 때' 공표한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지만, 별다른 기준도 없다.

허수아비 신세가 된 전문공보관 제도 뒤에는 검찰의 숨은 속내가 있어 보인다. 자신들이 원하는 정보만 공개한다는 셈법이다. 밀실수사, 정치검찰 등 비판을 수용하고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와는 거리가 먼 행태다. 결과적으로 검찰 견제 수단을 합법적으로 차단했다.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4일 서울동부지검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와 관련해 청와대를 압수수색했지만 처음에는 입을 닫았다가 첫 보도 이후 1시간 30분여 뒤에야 착수 사실을 밝혔다. 이 과정에 어떤 배경 설명도 없었다.

검찰에 불리한 오보 대응은 적극적이다. '숨진 전 청와대 특감반원이 유재수 전 부시장 수사팀에 배정됐다'는 보도에는 속도감 있게 부인했다. 새 공보제도 시작 나흘 만에 일방향적 소통시스템을 보여준 셈이다. 검찰에 유리한 오보는 방치하는 방식으로 오보대응을 해도 문제 삼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인권의 핵심인 피의사실 공표가 줄어든 것도 아니다. 연일 검찰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들이 보도되고 있다.

검찰이 정치적 셈법에 따라 원하는 정보만 언론에 흘릴 것이란 우려는 더 이상 억측이 아니다. 때마다 독립된 특별검사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를 알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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