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왕관 쓴 조원태 회장, 그 무게를 견뎌라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 2019.12.03 15:46
"새로운 100년을 향한 희망의 날개를 펼치겠습니다."

지난달 29일 발간된 대한항공 50년사(年史)에 적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다짐이다. '대한항공 50년사'는 대한민국의 항공산업 발전사를 담은 것이라고 할 정도로 큰 가치를 가진다.

조 회장은 같은 날 오후엔 대한항공의 '100년'을 만들기 위한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2년 만에 이뤄진 이번 인사는 지난 4월 취임한 그의 첫 임원 인사다.

임원 20% 이상을 감축하는 '조직슬림화'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고(故) 조양호 전 회장 가신그룹이 대거 물러나고 조 회장 친정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50년사 편찬 기념식장에서 기자와 만난 조 회장도 "사업 변화에 따라 맞춰야 한다"며 사실상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조 회장은 2003년 IT(정보기술)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으로 그룹에 입사해 이듬해 대한항공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한항공에서 벌써 15년이 됐다. 착실히 경영수업을 받아 온 그는 조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그룹 수장에 올랐다.


조 회장에게는 많은 과제가 주어졌다. 우선 경영권을 둘러싼 가족 간 갈등을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그룹을 운영하는 게 급선무다. 경영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오너 리스크'가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된다. 현재 경영에는 조 회장과 차녀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만 참여하고 있다.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복귀는 다음으로 미뤄졌다.

행동주의 펀드 KCGI(강성부펀드)로부터 경영권 위협도 방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수익성 강화가 시급하다. 한·일 갈등, 환율 상승, 최저임금 인상 여파 등이 겹쳐 대한항공 이익이 크게 줄었는데, 이를 돌려세워 확실한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권력에 집착하는 '헨리 4세'를 꼬집고자 그의 희곡에서 한 말이다. 조 회장이 왕관의 무게를 이겨내고 스스로 밝힌 '후대에 부끄럽지 않은 대한항공'을 만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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