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원더홀딩스 대표가 넥슨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최근 넥슨은 신규게임 개발 프로젝트 5개를 포기하면서 '드래곤하운드', '메이플 오딧세이' 등의 개발을 접었다. 관련 인력도 재배치하기로 했다. 허 대표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 그는 넥슨에 외부 고문으로 영입되자마자 게임 사업을 손 보며 창업주 김정주 NXC 대표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양새다.
과정은 이랬다. 9월 넥슨코리아는 원더홀딩스에 3500억원 투자를 단행한다. 신주인수 방식으로 원더홀딩스 지분 총 11.1%를 확보하는 형태다. 동시에 넥슨코리아는 허 대표를 외부 고문으로 추대했다. 넥슨이 원더홀딩스에 거액을 투자하는 대신, 허 대표가 게임 개발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김 대표가 3500억원으로 허 대표를 고용했다는 말까지 돌았다. 허나 둘의 관계를 알면 충분히 이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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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자 넘어 개발 주도 역할…신작 부재 해결사 기대━
허 대표는 괴짜로도 유명하다. 그는 미국 버클리 음대에 입학해 음악을 공부하는가 하면 어릴적 꿈이었던 야구선수에도 도전했다. 독립 야구단인 고양 원더스를 창단할 정도로 야구광이기도 했다. 그런 허 대표를 보는 내부 시선은 편치 않다. 업계는 허 대표가 넥슨 내에서 고문 역할에 그치치 않을 것으로 본다. 외부 조언자 역할을 넘어 게임 개발 방향을 주도할 것이란 얘기다. 넥슨의 상황도 허 대표의 편이다. 2014년부터 넥슨의 개발사업을 이끈 정상원 부사장과 박지원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GCOO)가 회사를 떠나서다. 이는 김정주 NXC 대표가 허 대표를 데려올 좋은 명분이기도 했다. 넥슨의 리더십이 허 대표 쪽으로 기울 것이란 시각이 나온 것도 이즈음이다.
이 모든 과정은 매각 불발로 비롯됐다. 이면에는 신작 부재가 자리한다. 김 대표는 개발에서 돈과 인력을 들인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매각 불발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실제 넥슨의 매출은 던파, 메이플스토리 등 10년이 넘은 구작에 편중됐다. 넥슨은 올해만 9개의 게임을 접었다. 히트, 배틀라이트, 어센던트 원 등 게임 서비스를 중지했고, 8월 27일 띵소프트가 8년간 개발한 ‘페리아 연대기’ 개발도 취소했다. 특히 ‘페리아연대기’는 600억원을 들인 기대작이기에 충격은 더 컸다. 12월에는 왓스튜디오가 개발한 ‘야생의 땅 듀랑고’도 서비스를 종료한다. 외부는 물론 넥슨 내부에서도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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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프 구조조정 이력으로 환심?…인력감축 우려 적지않아━
허 대표는 위메프 창업 이후 원더홀딩스 산하에 원더피플과 에이스톰 등 게임 개발사를 두면서 게임 사업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성적은 부진했다. 원더피플이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배급하는 ‘프렌즈마블’은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200위권 밖이다. 원더피플이 개발과 배급을 모두 맡은 ‘아레나M’은 순위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 허 대표가 감을 잃었다는 말이 나올만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허 대표의 게임사업 능력보다 구조조정 경험을 높게 샀을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허 대표가 위메프 공동대표였을 때 직원 550명 중 150명을 권고사직 형태로 내보낸 전력이 떠올랐을 법하다. 게다가 그는 넥슨 직원들과 인연이 없어 구조조정 칼자루를 쥐기에 부담이 덜한 외부 사람이다.
한때 넥슨 내부에서는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돌았지만 최근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공언한 이정헌 대표의 약속에 일단 진정된 분위기다. 허 대표 역시 인위적 구조조정에는 거부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는 있다. 김 대표의 속내를 알길 없는 넥슨 직원들은 허 대표의 손 끝만 지켜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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