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권 CEO 임기, 유연해져야 한다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 2019.12.02 04:25
"우리 사장이 연임되나요?"
연말이 되면서 금융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질문이다. 최고경영자(CEO)의 임기가 끝나는 조직에서 최대 관심사 중 하나기 때문이다.

금융권 CEO 임기는 기본 2년에 1년 연장을 더해 통상 3년이다. 그 이상 임기를 더 하기는 쉽지 않다. ‘2+1’ 룰이 어느샌가 암묵적인 규정처럼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3년을 채운 CEO는 대체로 연임보다는 용퇴에 무게가 실린다. 임기 중 괄목할 만한 실적을 냈다 하더라도 ‘2+1’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설령 연임 필요성이 내부에서 제기되더라도 금융당국의 눈치도 봐야 한다.

3년 임기에 대한 불만은 CEO 본인보다 금융권 임직원에게서 오히려 더 크게 나올 정도다. 잦은 리더십 교체에 따른 비효율성을 직접 체감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전반적인 업무 파악에만 최소 6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리는 게 일반적”이라며 “첫해를 그렇게 보내면 남은 임기에는 결국 단기 성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업계 내 과당·과잉경쟁의 불씨가 당겨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금융사들이 매년 내놓은 중장기 계획도 짧은 재임기간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통상 중장기 계획은 최소 향후 5년 이상을 목표로 잡는다. 하지만 세워놓은 중장기 계획의 절반이 지나면 CEO가 바뀌고 새 CEO는 기존 계획을 재검토한다. 반쪽짜리 중장기 계획이 주기적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한 금융사 임원은 “실행을 하다 말게 돼 ‘액자 속 계획’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잦다”고 토로했다.

경제가 호황일 때는 단기 실적만 추구해도 금융사들의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위축이 지속되는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장기적인 관점이 동반된 사업전략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안정되고 꾸준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최근 활발하게 진행 중인 금융사들의 해외진출 역시 장기적인 목표, 계획이 필수적이다. 해외시장의 경쟁상대인 글로벌 금융사들의 CEO가 5년, 10년씩 자리를 맡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 금융사 CEO들의 임기도 그 유연성을 고민해볼 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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