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이 꺼낸 히든카드…'필리버스터' 무슨 뜻?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 2019.11.30 09:42

장시간 발언·표결 방해 등 의사진행 방해…소수당의 다수당 '횡포' 막기 위한 카드

&nbsp;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371회 국회(정기회) 제12차 본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br><br>자유한국당이 본회의에 필리버스터를 안건으로 상정하자 의원총회를 소집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br><br>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034;오늘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034;며 &#034;국회의장께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저희가 필리버스터 신청한 법안에 앞서서 민식이법 등에 대해 먼저 상정해 통과시켜줄 것을 제안한다&#034;고 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자유한국당이 '유치원 3법' 처리 등에 반대하며 국회 본회의 직전 '필리버스터'(filibuster)를 꺼내들었다.

한국당은 29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인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등 '유치원 3법' 처리에 반대하며 약 200건의 본회의 예정 안건에 모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본회의에서 상정된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면서 "계속되는 불법과 다수의 횡포에 한국당은 합법적인 저항을 시작하겠다. 불법 패스트트랙의 완전한 철회와 친문게이트 국정조사가 수용되기 전까지 저항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버스터는 과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동료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막기 위해 5시간 동안 발언한 일과 2016년 더불어민주당의 테러방지법 반대 192시간 기록으로 유명한 국회 내 의사진행 방해 수단이다.

법률이 정한 합법적 범위 안에서 행사가 가능한 필리버스터는 주로 소수당이 다수당의 '횡포'를 막기 위해 꺼내드는 히든카드다. 국회법 제106조의2(무제한 토론의 실시 등)에 따라 '무제한 토론' 방식으로만 행사할 수 있다.

자리를 비워서도 안 되고 의제와 관계 없는 발언도 금지다. 긴 시간 동안 발언해 회기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표결을 저지해 주로 법안 통과를 막는데 쓰인다.


필리버스터는 국가 공인 해적을 뜻하는 네덜란드어 '프레이바위터(vrijbuiter)'에서 유래한 말이다. 1854년 미국 상원의 오하이오 주 노예제 허용 여부 의결 과정서 반대파 의원들이 법안의 통과를 저지했을 때부터 정치적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우리 나라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 시도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 시절이던 1964년 4월 21일 김준연 자유민주당 의원의 체포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5시간 19분 동안 발언했다. 원고도 없이 쉬지 않고 발언해 당시 임시국회 회기가 종료되면서 체포동의안 처리가 무산됐다.

필리버스터는 1973년에 국회의원의 발언을 45분으로 제한하는 법이 시행돼 사라졌다가 43년 만인 2012년 국회선진화법을 통해 재도입됐다. 이후 2016년 민주당이 야당 시절 테러방지법 원안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사용하면서 다시 국민들에게 알려졌다.

민주당은 2016년 2월 23일부터 3월 2일까지 만 8일, 192시간 25분 동안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총 38명의 의원이 연단에 섰고 마지막 발언자인 당시 원내대표 이종걸 의원은 12시간 31분을 발언해 최장 기록을 세웠다.

2016년 9월 23일에는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김재수 당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해임을 막기 위해 국무위원 질의답변을 일부러 길게 끄는 방식으로 필리버스터를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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