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유치원 3법' 필리버스터·與 보이콧에 어린이안전법 표류

머니투데이 백지수 , 유효송 , 김상준 , 김예나 인턴 기자 | 2019.11.29 17:56

[the300](종합)본회의 무산으로 '민식이법' '하준이법' 처리 문턱서 좌절…'데이터 3법' 통과 법사위에서 막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인 고 김태호, 김민식, 이해인 양의 부모가 기자회견하고 있다. 스쿨존에 과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일명 민식이법)이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개회가 지연되면서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사진=홍봉진 기자


'어린이 안전 법안' 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둘러싼 필리버스터(filibuster·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와 보이콧 등 여야 갈등 탓이다.

한국당은 29일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에서 '유치원 3법' 등 200건의 심의 안건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국회법에 따르면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필리버스터를 계속할 수 있고 저희는 그렇게 하겠다"며 '평화적·합법적 저항'을 선언했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에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될 유치원 3법이 사립유치원 원장의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는 '악법'이라며 국회 본회의에 유치원 3법 수정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필리버스터 소식에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 불참을 택했다. 정의당과 민주평화당도 동참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민주당도 본회의에 불참해서 무산 방향으로 가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무산시키고 내년도 예산안이 자동 상정되는 다음달 2일 본회의에서 유치원 3법 등의 처리를 다시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본회의에선 앞서 법사위를 통과해 부의된 법안외에도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되는 법안들도 상정하기로 했다. 민식이법과 하준이법도 그 중 하나였다.

민식이법은 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 개정안을 일컫는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하고(도로교통법)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차로 치여 숨지게 하면 최대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 징역까지 부과(특가법)할 수 있다.

하준이법은 주차장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경사진 곳의 모든 주차장에는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임목과 미끄럼 주의 안내표지 등을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2017년 서울대공원 주차장 경사로에서 주차된 차량이 아이를 덮치는 사고를 계기로 발의됐다.

이날 고(故) 김민식군(지난 9월 충남 아산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고. 당시 9세)과 고 최하준군(사고 당시 4세), 고 이해인양(2016년 사고 당시 4세) 등 어린이 안전사고 피해 부모들이 국회에 왔다.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이 법사위에서 의결되자 부모들은 법사위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 숨 돌리는 것 같던 부모들은 이내 다시 울먹였다. 본회의 무산 소식을 듣고서다. 부모들은 나 원내대표를 방문해 면담을 시도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민식 군과 해인양 부모를 호명하며 "저희는 민생을 위한 법안을 모두 통과시키고 싶다. 민식이법에 대해서는 필리버스터를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을 내걸었다. 나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법안에 앞서 민식이법 등을 먼저 상정해 통과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어린이 부모들은 분노하며 국회 정론관(기자회견장)으로 향했다. 민식군 어머니는 몸을 떨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왜 우리 민식이가 그들의 협상카드가 돼야 하느냐"고 절규했다. 하준군 어머니도 "나 원내대표는 아이들 목숨과 거래하고 싶었던 것이냐"며 "금수만도 못한 야만의 정치"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당은 기자들에게 공지 문자를 보내 "본회의를 열지 않고 있는 국회의장과 민주당이 민식이법 처리를 막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안건중에 민식이 법은 해당되지 않는다"며 "한국당은 국회의장에게 이제 막 법사위를 통과한 민식이법부터 우선 처리하고 한국당이 요청한 필리버스터가 진행될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본회의를 순조롭게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던 '데이터 3법'도 법사위와 과방위에서 발목이 잡혔다. 데이터 3법은 국내 빅데이터 활용의 법적 근거가 될 법안으로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과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신용정보법) 개정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이다.

이날 개인정보법과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법사위 전체회의에 올랐지만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의 반대로 전체회의에 계류됐다. 앞서 여야 원내대표 회의를 통해 합의 처리에 의견을 모은 만큼 여당과 한국당 의원들은 모두 당일 통과를 주장했다.

채 의원의 반대가 이어지자 아직 과방위에 계류 중인 정보통신망법이 법사위에 오면 함께 논의해 일괄 처리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과방위에서도 데이터 3법 처리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 한국당 과방위원들은 여당의 핵심 정책인 정보통신망법을 처리하려면 한국당이 원하는 '실시간 검색어 제재법(실검법)'도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이를 다음 법안소위에서 심사하자고 제안했지만 한국당이 거절했다. 이에 이날 회의 자체가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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