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기술 미니 이지스함…첫 한국형 '신의 방패'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 2019.11.30 06:15

[the300][서동욱의 더(the) 밀리터리]차기 구축함(KDDX) 한국 방산기술 집약체…내년초 입찰조건 제시, 사업 구체화


지난 2017년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제주해군기지에 한·미 연합 해상훈련을 마친 미국 해군의 이지스구축함 스테뎀함(USS Stethem DDG-63·8400t·승선원 340명)이 입항하고 있는 모습 / 사진 = 뉴시스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이 국내 방산기술의 집약체가 될 전망이다. KDDX는 해군이 현재 운용 중인 세종대왕급 이지스함(7600톤급)보다 작은 6000톤급이다. 6척이 건조돼 2020년대 중반 이후 전력화될 예정이다. KDDX는 이지스체계를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탑재하는 첫 구축함이 된다.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의 경우 국내 조선업체가 만들었지만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이지스 체계가 장착됐다.

KDDX가 전력화되면 우리나라는 이지스함 보유국을 넘어 진정한 의미의 생산국 반열에 올라선다. 미국·영국·일본·중국·노르웨이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로 국내 기술로 이지스함을 생산하는 나라가 된다. KDDX 건조계획은 2018년 기본전략(안)이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의결됐다. 군 당국은 2020년 초 업체 측에 입찰조건 등이 담긴 제안요청서(RFP)를 낼 계획이다.

◇왜 이지스함인가=이지스함은 미국이 개발한 통합 전투체계인 '이지스(Aegis) 시스템'을 탑재한 군함을 말한다. 어원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신의 방패에서 유래한다. 모든 무기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인데 2차 세계대전 이후 항공기와 대함미사일에 의한 공중위협이 높아지면서 개발됐다.

이지스체계는 크게 적 미사일이나 항공기를 식별하는 탐지그룹, 실시간으로 전술 상황을 평가하는 통제그룹, 표적에 요격 미사일 등을 발사하는 교전그룹으로 나뉜다. 이지스함이 신의 방패로 불리는 이유는 표적 탐지와 추적은 물론 요격미사일 유도에 이르는 기능을 1개의 레이더체계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지스함은 해군력의 척도로 평가된다. 한·중·일 3국의 해군력을 보면 함정의 총 톤수는 2019년 기준 122만톤(중국), 46만톤(일본), 19만톤(한국)으로 한국이 크게 뒤진다. 이지스함의 경우 중국 9척, 일본 6척, 한국 3척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세종대왕급보다 성능이 개량된 이지스함 3척을 추가 건조할 예정이어서 KDDX를 포함하면 2030년대 총 12척의 이지스함을 보유한다. 중국·일본 역시 추가 건조 계획이 있지만 이지스함 전력만 놓고 보면 두 나라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해군은 KDDX의 전력화에 맞춰 지금의 제7 기동전단을 확대, 기동함대사령부를 창설할 계획이다. 기동함대사령부는 3개의 기동전단으로 구성되는데 2020년대 초반 추가 건조되는 이지스 구축함(7600톤급) 3척과 KDDX 6척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기동함대사령부가 창설되면 유사시 동·서·남해 3면을 각각 방어해야 하는 1·2·3 함대를 이동시키지 않고 기동함대사령부 소속 전단을 출격시킬 수 있다. 연·근해 해역반경 확대 뿐 아니라 유사시 작전 반경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는 것이다.



지난 10월 부산 부산에서 열린 '2019 국제해양방위사업전(MADEX)에 전시된 현대중공업의 KDDX 모형 / 사진제공 = 해군


지난 10월 부산 부산에서 열린 '2019 국제해양방위사업전(MADEX)에 전시된 대우조선해양의 KDDX 모형 / 사진제공 = 해군

◇한국 방산기술 집약체= KDDX의 함 건조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이지스체계를 비롯한 전투체계는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이 참여하는 등 국내 대표 방산기업들이 총출동한다.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건조 경험이 있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자체적으로 선행 연구한 고유 모델을 제시하며 군 당국의 제안서 요청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모두 함정 생존성을 높이는 스텔스 기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파도 저항과 레이더 반사면적을 최소화하는 함형으로 적 레이더에 쉽게 잡히지 않는 선체 구현을 목표로 한다. 추진 체계는 기존의 가스 터번식이 아닌 전기식 추진체계를 탑재할 계획이다. 전기식 추진체계는 함정 내부의 발전기를 통해 생산한 전기로 스크류를 돌리는 방식인데 다양한 신무기 체계 적용에 유리하고 소음이 적어 대 잠수함 작전에서 생존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은 이지스체계를 포함한 각종 전투체계를 준비 중이다. 이들 업체는 지난 10월 부산에서 열린 '2019 국제해양방위사업전(MADEX)에서 각종 전자 장비들을 하나로 설치하는 통합 마스트(Integrated Mast)를 선보였다. 통합 마스트는 다기능레이더와 적외선추적장비, 피아식별기 등 탐지센서 등 이지시체계의 핵심 장비를 한데 묶어 놓은 것이다.

이밖에 능동형 소나(음파탐지기) 등 전자전 장비와 대함·대공 유도탄, 어뢰, 근접방어무기체계 등 거의 모든 무기체계가 국산 장비로 탑재될 예정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DDX에는 그동안 축척된 국내 방산기술이 모두 적용된다"며 "미니 이지스함이라고 불리지만 성능 면에서는 7000톤급 이지스함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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