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어른이 되지 못한 어린이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 2019.11.28 05:05

[the300]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어린이들의 이름을 딴 ‘어린이 생명 법안’이 국회에서 속도를 낸다.

민식이법 중 하나인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하준이법(주차장관리법 개정안)도 25일 국토교통위원회 소위 문턱을 넘었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 등 절차를 앞두고 있지만 법안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소관 상임위 소위에서 논의조차 안 된 법안들이 수두룩하다. ‘해인이법’, ‘한음이법’, ‘태호·유찬이법’ 등이다. 해인(당시 4세)양은 2016년 4월 경기 용인에서 차량사고를 당했는데도 후속 조치가 늦어 세상을 떠났다.

한음(당시 8세)군은 2016년 7월 특수학교 차량에 방치된 채 숨졌다. 태호·유찬(당시 8세)군은 지난 5월 인천 송도의 한 사설축구클럽 통학차량 운전자의 과속·신호위반으로 발생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해인이법과 한음이법은 두 어린이가 세상을 떠난 해인 2016년 8월에 발의됐다. 3년이 넘는 시간을 그저 흘려보낸 셈이다. 뜨거운 이슈, 정쟁 현안엔 목소리를 높이지만 민생 법안은 일단 미뤄둔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을 지정하느라 난리를 치면서도 정작 ‘신속’하게 다룰 법안이 무엇인지 모른다. 국회가 움직이지 않으니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간 피해 어린이 부모들이 직접 뛴다.


부모들은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 질문자로 나서는 등 언론 매체에 출연해 법안 처리를 호소했다. 이틀 뒤인 21일 민식이법은 상임위 소위를 통과했다.

민식이법이 소위를 통과한 날 국회를 방문한 해인양 가족은 “이렇게 10분 만에 될 것을 여태껏 한 번도 돌아봐주지 않았다는 게 화가 난다”고 말했다.

내 아이는 세상을 떠났지만 내 아이처럼 세상을 떠나는 아이가 없길 바라는 부모들. 그 마음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정치의 최소한의 역할 아닐까. 어른들이 지켜주지 못해서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어린이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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