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인·어린이 200만명이 '빈곤'…"따뜻한 예산 만들었으면"

머니투데이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  | 2019.11.27 05:30

[the300]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현권 의원 / 사진=김현권
모든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위한 의식주, 의료를 비롯한 사회복지를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지닌다. 1948년 12월10일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의 내용이다.

유엔 경제사회문화권리위원회(CESCR)는 20년전 모든 남성과 여성, 그리고 어린이가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힘을 모아서 육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항상 적절한 음식을 접하고 공급받을 수 있을 때에 비로소 먹을 권리가 달성된다고 논평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UN FAO)는 최근 지난 25년간 기아와 빈곤을 줄이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전세계 8억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매일 굶주림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먹을 권리 보장은 자선이나 기부를 통해 해결해야 할 약속이 아니라 정부와 민간이 실천해야 할 인권이라고 덧붙였다.

유엔의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2030년 아젠다 협정은 가난과 굶주림, 영양실조를 해결하는 것은 달성가능한 목표라는 것을 일깨우기도 했다.

세계 각국은 국민의 먹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것은 국가의 마땅한 책무이다.

국내총생산(GDP) 세계 12위, 수출 6위,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 등 빠른 경제성장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한달전 세계무역기구(WTO)에 더 이상 농업 개도국 지위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국민의 먹을 권리를 어느 정도 보장하고 있을까?

2014년 6월9일 영국 BBC는 배가 고파서 몸을 파는 서울의 박카스 할머니의 실상을 보도했다. '배가 고프다. 나는 존경도 명예도 필요 없다. 그저 하루 세 끼 식사를 원할 뿐'이라는 할머니의 외침을 전세계에 전했다. BBC는 "한국의 경제 발전을 이룩한 노인들에게 있어 음식은 비싸고 성(性)은 싸다"며 "인간의 온기는 어떤 값을 치른다고 해도 좀처럼 얻기 힘들다"고 보도했다. 며 불균형 성장의 휴유증에 시달리는 한국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노인빈곤율은 49.6%, 세계 1위다. 독거 노인수는 138만명에 달한다. 60살이상 노인가구의 67%가 빈곤상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빈곤 아동수는 103만명에 이른다. 이중 65만명(64%)은 기초생활보장이나 차상위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노인과 어린이 200만명 정도가 원하는 음식을 제때 먹지 못하는 빈곤에 허덕인다. 전체 인구의 5%가량이 아직도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먹을 권리 보장은 양적 문제만이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따져봐야 한다.

정부는 취약계층 대상 식생활 지원을 위해 연간 1조9000억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영양소 섭취가 권장섭취량의 50%~80%대에 그친다. 영양상태가 좋지 못한 실정이다. 식품 소비의 불안정성이 심해지고 있고 비만 또한 증가하고 있다.


실제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취약계층 가구들의 식품비 지출액은 2015년 전체 가구 평균의 60%에 불과하다.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의 33%가 음식을 구입하는데 쓰였다고 한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에게 먹는 것이 가장 급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은 일찍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전자카드 발급하여 농식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특별영양보충지원프로그램(SNAP)을 운영하고 있다. 1달러의 농식품 지원으로 3달러의 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농식품바우처 제도를 시범적으로 도입하기 위한 예산증액 논의가 국회를 중심으로 활발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에 6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서 3개 시군을 상대로 시범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직접 돈으로 주는 것보다 바우처 형태로 우리 농민들이 생산한 우수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국산 농산물의 안정적인 소비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

유엔은 2014년을 가족농의 해로 정하고 국민의 먹을 권리를 충족하기 위해선 가족농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권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도시와 농촌의 취약계층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얘기다.

전세계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다.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한 불균형성장론은 빠른 성장을 달성한 이후 뒤처진 산업이나 계층을 우선 배려한다는 것을 전제로 삼고 있다.

우리 농민·농촌·농업은 올해 WTO(자유무역기구) 개도국에서 졸업했다. 우리 정부 정책도 선진화해야 할 때다. 이제 성과 중심의 양극화가 아니라 사람 중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꾀할 때다.

취약계층의 기초인권이자 삶을 위한 예산 편성이 양극화를 해소하고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대 국회가 마지막 겨울을 훈훈하게 만드는 따뜻한 예산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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