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혁신 리트머스지 '타다'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 2019.11.26 18:03
며칠 전 차량공유업체 쏘카의 이재웅 대표가 한 스타트업 관련 행사에 깜짝 등장했다. 공개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이 대표는 이날 행사의 마지막 연사로 나서 마이크까지 잡았다.

30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 대표는 ‘혁신’과 ‘미래’를 강조했다. 그는 “과거의 제도나 장치를 바꾸겠다고 하는 것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보는 것”이라며 “그 싸움에서는 방해가 있을 수 있지만 언제나 미래가 이기고, 미래가 이기는 것이 맞다”고 했다. 말미에는 “(혁신의 길은) 외롭고 방해도 많이 받는 길”이라며 최근 ‘타다’ 논란에 대한 심경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그도 그럴 것이 타다의 사업은 존폐 기로에 놓였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운영된 타다는 승차거부 없는 자동 배차, 친절한 서비스를 내세워 급성장했다. 내년에는 전국 서비스를 목표로 영업차량을 1만대까지 늘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혁신 모빌리티(이동수단)로 주목받으면서 기존 택시업계와 마찰이 커졌다.

택시업계와 갈등은 결국 타다를 국회와 법원 등 전방위적 심판대에 올렸다. 현재 국회는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심사 중이다. 일단 보류됐지만 연내 개정안이 통과되면 타다 영업은 불법이 된다. 다음달 2일엔 재판도 예정돼 있다. 지난달 28일 검찰은 여객법 위반 혐의로 이 대표 등을 불구속기소했다. 업계에선 기존 법의 잣대로 신사업의 혁신성을 제대로 가릴 수 있겠느냐에 대한 우려가 크다.


타다를 둘러싼 논란은 비단 한 회사만의 일이 아니다. 타다와 비슷한 시도를 하는 모든 이가 언제든 법의 심판대에 오를 수 있어서다. 우리 사회 곳곳에선 새로운 생각, 사업, 문화 등이 기존 체계와 부딪치는 일이 점점 늘고 있다. 타다는 찬반을 떠나 앞으로 우리 사회가 혁신을 대하는 자세를 가늠하는 첫 리트머스시험지가 된 셈이다. 잘못된 체계를 고칠 혁신의 기회를 법으로 가로막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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