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달탐사 사업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우리 측이 달 궤도선 무게 증가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궤도 변경안을 제시했는데 지난주 미국서 진행된 대면회의에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달까지 가는 시간이 더 걸리고, 통신 난이도가 높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사업 백지화 등 비관적 추측이 난무한다.
NASA는 궤도선 통신을 맡은 중요 협력기관이다. 우리 달 궤도선에 자신들이 개발한 탑재체도 실을 계획이다. 그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 미국측은 “안정적으로 우리가 가봤던 달 궤도로 가자”는 입장이고, 우리 대표팀은 “기술적 가능성을 두고 새 궤도를 함께 검토하자”며 협의 중이다.
막대한 투자비가 드는 거대 과학기술 과업에 대한 수정은 수차례 일어날 수 있다. 사업 진행시 생길 수 있는 자연스런 시행착오다. 문제는 그것이 국회와 여론에 휩쓸려 과학자 사회를 움츠려 들게 하는 경우 생긴다.
달 탐사는 우리가 해보지 못한 영역이다. 이 사업에 약 2000억원이 배정됐다. 전 재산을 새로 짓는 집에 투자했는데 겁이 안난다면 거짓말이다. 사활을 건 연구자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그런데 안팎에선 “왜 처음과 다르냐”, “왜 또 미뤘냐” 등 한마디씩 거든다. 중장기 대형 프로젝트인 달탐사의 속성을 무시한 채 오로지 공기 단축에 매몰된 한국적 속좁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021년 우주로 쏘아올릴 NASA의 차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의 경우, 지금까지 10여차례 사업 변경과 발사 연기를 겪었다.
항우연의 한 책임급 연구자는 “계획에서 조금만 바뀌어도 국회 등 상급기관이 감사하겠다며 난도질을 하니까 연구원들이 겁을 먹어 일을 제대로 못한다”며 푸념했다. 문재인 정부는 선도적 연구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현장은 여전히 실패하면 연구자가 고스란히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이런데도 도전적 연구를 하라며 등 떠민다. 앞뒤가 안맞는 엉터리 정책이 우리 과학기술계를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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