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직접 눈으로 목격한 K팝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동포들만 오는 것 아냐', '일부 한류 마니아만 듣겠지‘. 이런 선입견은 공연장 입구부터 산산이 부서졌다. 시티필드 앞엔 공연 이틀 전부터 1500여명이 텐트를 치고 줄을 섰다. 선착순인 스탠딩석 앞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20대 전후의 여성 팬들이 대다수인 가운데 백인, 흑인, 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의 팬들이 공연장을 찾았다. 음악에 맞춰 연신 몸을 흔들어대는 중년의 ‘열혈’ 누나부대들도 심심찮게 보였다. ‘아미’(ARMY)에게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관광산업은 저성장시대의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경제 활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의 효과가 높아서다. 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이 관광산업 활성화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하지만 국내 관광산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역대 최고였던 2016년 1724만 명 수준을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자취를 감추면서다. 또한 해외로 나가는 내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관광수지 적자는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관광수지 적자는 132억 달러에 달했다. 17년째 적자 행진이다.
국내 관광산업의 질적 도약을 이끌 기폭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그런 맥락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킬러콘텐츠이자 차별화된 콘텐츠자산인 K팝이 주목을 받는다. BTS 월드투어의 대미를 장식한 지난달 말 3일간의 서울 공연에는 13만 명이 넘는 관객이 몰렸다. 이중 상당수가 공연을 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었다. 당시 공연장이 있는 잠실 인근의 호텔방들은 모두 동이 났다. 전 세계 K팝 팬 10명 중 7명은 최근 3년간 한국을 방문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K팝의 이처럼 막강한 ‘관광객 유치파워’를 제대로 활용할 방안은 없을까. 딱 3일만 이념의 갈등에 지친 서울 광화문광장이나 시청 앞 광장을 BTS를 상징하는 ‘보랏빛’으로 점령하면 어떨까. BTS를 비롯한 K팝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한국판 K팝 ‘우드스탁’을 개최하는 것이다. 1969년 8월 뉴욕 북부의 이름 없는 한 평원으로 3일 동안 약 50만 명을 끌어 모으며, 젊음과 자유의 상징이자 음악 페스티벌의 전설로 불리는 그 공연 말이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안간힘을 쓰는 지방 도시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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