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실무협상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이 ‘협상팀 체급’을 격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북한 실무협상팀에 충분한 권한이 주어지지 않아 그동안 협상에 진전이 없었다는 비판적 인식에 따른 것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20일(현지시간) 미 상원 인준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에 대화 재개를 촉구하면서 “북한에서 나와 협상해야 할 사람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라고 직접 지목했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주도해 온 비건 지명자는 지난달 31일 존 설리번 부장관의 후임으로 승진 발탁해 현재 의회 인준 절차를 밟고 있다.
비건 지명자는 최 제1부상을 거론하며 "함께 협상 테이블에 앉아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비전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창문은 열려 있다. 그들이 이 순간을 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건 지명자의 발언은 북한 실무협상 대표로 외무성 최고 실세이자 대미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무엇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최 제1부상을 소환해 협상 테이블의 급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연말 시한’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협상구도를 재편함으로써 대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도 감지된다. 비건 지명자와 최 부상은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1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3박4일 합숙하며 실무협상을 벌인 경험이 있다.
한편 러시아를 방문중인 최 제1부상은 20일(현지시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과 회담한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연내 북미협상 재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회의적인 시각을 표시했다.
그는 "미국 쪽에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는 중대한 전략적 결정을 내린 이후라면 모르겠지만 그전에는 지금까지 놓여있던 핵 문제가 협상탁에서 이젠 내려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계속하면서 이런 식으로 나가는 것은 앞으로 좀 불가능하지 않을까 본다"며 "그런 의미에서 정상회담도, 수뇌급 회담도 그렇게까지 우리에게 흥미있는 사안이 아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 제1부상이 협상 전면에 등장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보다 결정적인 비핵화 보상책을 제시해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비건 지명자가 부장관 임명 뒤 본격적으로 북미협상 재개를 위한 행보에 나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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