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무역전쟁에 관한 역사 교훈

머니투데이 이성용 신한금융 미래전략연구소 대표 | 2019.11.22 08:46
한국의 제1, 2교역국인 중국과 미국이 무역전쟁에 빠지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이 어서 합의했으면 하는 기원밖에 없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속담처럼 우리는 두 나라 사이의 이 거대한 지정학적 대립에서 고통을 느끼고 있다. 좋은 결과를 희망하긴 하지만 역사가 무역전쟁에 관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긍정적이지 않다.
 
무역전쟁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국가들이 자원을 거래하기 시작하고 상이한 지정학적 경계 사이에서 수출과 수입이 자리를 잡은 이래 수천 년 동안 우리와 함께해왔다. 사실 물, 석유, 토지, 천연자원과 같은 자원의 소유와 통제를 위한 싸움을 포함한 무역전쟁은 대부분 일반적으로 군사 충돌로 이어졌고 최근에야 더 문명화되어 경제전쟁으로 한정될 수 있었다. 이러한 경제전쟁들은 그 본질상 매우 오랜기간 지속되는 경향이 있는데, 대응조치들이 가시적이려면 유의미한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국가가 움직이고 정책에 기반해 행동하려면 시간과 정치적 요건들이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일본과 여러 무역문제가 있지만 무역품목들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오늘날 언론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소란은 대개 매체의 과장과 대중의 격앙된 감정에 의한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 언론은 일본 경제 일부가 한국인 관광객 감소로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보도하지만 일본의 전체 관광객 수에 비춰볼 때 한국은 22% 조금 넘을 뿐이다. 한국의 비중이 하락했다고 하나 세계의 나머지 국가, 특히 중국은 일본 방문이 여행의 최고 목적지 중 하나로 남아 있고 추세는 아직도 증가세다.
 

일본은 오토바이를 두고 미국과 5년간 무역전쟁을 했고 1980년대 초 반도체 분쟁은 8년 동안 지속됐다. 글로벌 철강 관세는 최근 주요 무역전쟁이었고 무역분쟁 시 문제제기에서 해결에 이르기까지 협상이 왔다갔다 하면서 최소 6년이 소요됐다. 캐나다가 미국에 제기한 연목재(soft lumber) 무역전쟁은 무려 37년 동안 지속됐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의 바나나 무역전쟁은 1990년대 후반에 8년 동안 지속되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양 당사국이 바나나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역사가 말해주는 것은 무역전쟁에 빠른 타협은 없다는 것이고 근래 미국 정치시스템에서 무역전쟁을 치러야 했던 국가들이 겪은 평균 소요기간은 약 7년에 이른다. 따라서 트럼프행정부가 예측 불가능하고 변동성이 심하긴 하지만 과거가 반복된다면 그리고 그 결과에 걸린 양측 이해관계의 크기를 고려할 때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은 최소 7년 이상 걸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오랜 기간이 지났고 일부 독자는 내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이기는 시나리오에 희망을 가지면서 갑자기 일련의 행동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희망고문일 뿐이며 미국이 현재 무역정책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보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본다.
 
공개적으로 많은 민주당 지지자가 트럼프의 정책에 반대하지만 오늘날 강력한 미국 우선 정책의 진정한 후원자는 민주당의 핵심 선거구에 존재한다. 공화당인 트럼프가 실제로 민주당 유권자들을 돕는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긴 하다. 어쨌든 이런 역학관계와 미국 역사의 흐름을 이유로 우리는 무역전쟁의 긴 지속을 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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