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유의 세계는 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 촌로가 송유관 한 귀퉁이에 구멍을 내 오토바이에 기름이나 채우는 수준이 아니다. 송유관을 뚫고 감시망을 피해 다량의 기름을 빼낸다. 초고압의 송유관을 뚫는 것 자체가 엄청난 기술이다. 그 바닥에선 "빨대 꽂기부터 신의 영역"이라고들 한다.
구멍을 낸 후 지속적으로 기름을 빼내는 것 역시 고도의 기술을 요한다. 전국단위로 점조직을 이룬 조직적 도유꾼들이 기술자와 운반책 등으로 역할을 나누고 물밑에서 활동한다. 정유·화학을 담당하는 기자도 이런 사실을 취재가 아닌 웹툰을 통해 처음 알았다. 웹툰을 본 업계 관계자들 역시 완성도를 인정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 도유를 막는데 사활을 걸고 있는 대한송유관공사로서는 반색할 일이다. 웹툰은 도유꾼들의 범죄 시스템을 상당한 깊이로 보여준다. 게다가 웹툰은 도유꾼에 아버지를 잃은 경찰관이 범죄자로 위장해 조직에 잠입하는 내용이다. 결말은 작가만이 알겠지만 일망타진의 스토리를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송유관공사는 경찰 등과 공조를 강화하고 감시망을 확대해 도유범죄를 근절하겠다고 올 들어서만 수차례 밝혔다. 하지만 아직 도유범죄는 세간에 이름조차 생소하다. 도유범죄가 '수박서리' 격이 아니라 심각한 중대 조직범죄라는 인식을 확대해야 한다.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시민들이 서로 주변을 감시해야만 이런 범죄의 뿌리를 뽑을 수 있다.
온라인 웹툰이 오히려 도유범죄 예방에 송유관공사나 관계당국의 노력보다 앞서는 효과를 낸다면 면이 서지 않는다. 도유 문제가 도유꾼과 송유관공사 그들만의 세계로 남는 한, 근절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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