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모병제가 화두가 되고 있는데 우리 사회가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지만 아직은 모병제를 실시할만한 형편은 안 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MBC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진행된 '2019 국민과의 대화 - 국민이 묻는다'에 출연해 “모병제는 중장기적으로 설계해나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부사관 같은 직업군인을 늘려나가고, 사병들의 급여도 높여나가서 늘어나는 재정을 감당할 수 있게끔 만들어나가야 한다”며 “이제는 병역 중심이 아니라 첨단 과학장비 중심의 군대로 전환해 병력 수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아가서는 남북관계가 더 발전해서 평화가 정착된다면 남북간 군축도 이루고, 이런 조건들 갖춰나가면서 모병제를 염두해 나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모병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꾸준히 정치권에서 거론됐던 이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모병제를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면서 야당뿐만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모병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거워졌다.
민주연구원은 저출산 시대 인구감소에 따라 징병제를 벗어나 지원병으로 군대를 운영하는 모병제의 도입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또 군가산점 역차별과 병역기피, 남녀갈등, 군 인권 문제와 부조리 등 사회적 갈등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병력 유지비 상승, 첨단전력 증강 비용은 축소 가능성
학계와 시민단체에선 모병제의 적정 병력규모를 30만명 정도로 추산해왔다. 다만 모병제 모집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미국·일본 등 모병제 국가들의 인구 대비 평균 병력비율인 0.4%를 적용하면, 우리 인구 규모로는 15~20만명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다.
또 모병제로 인한 1인당 병력 유지비 상승에 따라 국방예산이 대폭 늘어나면서도 정작 첨단무기 도입 같은 전력증강 비용은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이를 막는 역량은 오히려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병력감소를 첨단 장비로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북한군의 후방 침투 저지나 북한지역 상륙작전은 무인체계만으론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무인 전투체계가 발달한 미국도 이라크·아프간에 많은 병력을 파견해 현지에서 전투를 치르는 상황이다.
◇모병제,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 해소 필요
한반도의 경우 지형적 특성상 산악지형이 많은 만큼 드론봇, 정찰위성, 중·고고도 무인항공기 등 군이 현재 구상 중인 첨단 무기체계를 투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적정 병력규모의 유지는 필수로 보인다.
특히 북한의 기습 침투나 전면전, 급변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선 충분한 병력이 확보돼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외교관계협의회는 2009년 보고서에서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이를 통제하는데 최대 46만 명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군의 장비가 발전한다 하더라도 지상전에서는 많은 병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한국의 모병제 도입은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가 해소돼 주적 개념이 ‘외부 안보위협 세력’으로 확장됐을 때 가능할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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