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1일, 충남 아산 어린이보호구역서 자그마한 9살 아이가 숨졌다. 고(故) 김민식 군이다.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였고, 유족들은 가해 차량이 규정 속도를 안 지켰다고 주장했다. 어린이보호구역이지만, 거기엔 신호등도 과속 단속 카메라도 없었다. 아이는 꽃을 피우지도 못한 채 귀한 삶을 마쳐야 했다.
그 후 두 달여가 지났지만, 스쿨존(유치원·초등학교 주변 어린이 보호 구역, 학교 정문에서 300미터 이내 통학로) 안전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슈가 터지면 그 때만 반짝 관심이 일뿐, 제도는 여전히 미비한 탓이다. 이에 민식이처럼 안타까운 죽음이 없길 바라는 맘에서 '민식이법'이 발의됐지만, 통과도 못 된 채 국회서 잠자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스쿨존 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총 4099건에 달한다. 이로 인해 59명이 사망했고, 4902명이 부상을 당했다.
실태가 이 같음에도 전국 스쿨존 1만6000여곳 중 과속 단속 장비가 설치된 곳은 820곳에 불과하다. 전체의 5%도 안 되는 것이다.
이는 현행법상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가 필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처벌 규정도 솜방망이다. 사고 발생시 5년 이하 금고형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게 돼 있다.
이에 스쿨존서 숨진 김민식군의 이름을 딴, '민식이법(강훈식, 이명수 의원)'이 지난 9월부터 발의됐다. 스쿨존 내 신호등 설치,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사망 사고시 가중 처벌을 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3개월째 국회서 계류 중이다.
직장인 김상식씨(37)는 "스쿨존에 과속 단속 카메라가 있으면, 아무래도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다"며 "왜 아직까지 의무화되지 않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쿨존에 과속하는 차량들이 80~90% 정도는 되는 것 같다"며 "카메라를 꼭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장인 오모씨(41)도 "최근 스쿨존을 지나다 '당신의 현재 속도'라며 알려주는 장치를 봤는데, 속도를 낮추게 됐다"며 "스쿨존에 여러 장치들을 잘 마련해 안전 사고를 줄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고 김민식군 아버지 김모씨는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방에 "어린이들의 생명안전법안 통과를 촉구해주길 간곡히 부탁 드린다"고 글을 올렸다. 김씨는 "현재 아이들 이름을 딴 법안들이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며 "피해 부모님들에겐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날"이라고 토로했다. 해당 청원은 19일 오전 현재 5만8555명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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