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0억 달러(5조8000억원)에 달하는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는 미국의 공세에 '공평하고 합리적 수준'으로 차단막을 친 우리 정부의 방어 전략이 치열하게 맞부딪칠 전망이다.
17일 외교부에 따르면, 정은보 방위비분담 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 협상대표(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를 수석대표로 하는 한미 협상팀은 18~19일 서울 모처에서 3차 회의를 진행한다. 한국 내 여론과 비준동의권을 가진 국회 입장 등을 살피기 위해 지난 7일 3박4일 일정으로 비공식 방한했던 드하트 대표는 약 열흘 만인 이날 다시 한국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 정부는 기존의 협정 틀 내에서 합리적인 수준의 공평한 방위비 분담을 한다는 기본 입장 하에 미측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는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과 10월 각각 열린 1·2차 회의에서 미국은 내년 이후 한국이 분담해야 할 방위비로 올해 분담금(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50억 달러 상당액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액을 정하는 현행 SMA 틀 내의 3가지 항목인 △인건비(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군사건설비(미군기지 내 시설 건설) △군수지원비(용역 및 물자지원) 외에도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및 역외 훈련비용 등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한했던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 15일 정경두 국방장관과 한·미 안보협의회(SCM) 직후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연말까지 한국의 분담금이 늘어난 상태로 SMA를 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강도높은 압박을 이어갔다. 한미가 '공평'하고 '상호 동의' 가능한 수준에서 분담금이 결정돼야 한다는 것에 공감했다고 한 정 장관의 언급 직후 '증액 타결'을 기정사실화하는 압박 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드하트 협상대표도 이번 3차 회의에서 기존 SMA 틀 내의 분담금 외에 이를 벗어나는 새로운 분담 항목에 대한 요구 금액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증액을 압박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한미는 제10차 SMA 협정이 다음달 31일 끝나는 만큼 이번 협상을 연내에 타결해야 한다는 점엔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최대한 빨리 증액 타결하려는 미국과 시한에 구애받지 않고 분담 내역을 꼼꼼히 따지고 국민 여론을 반영하려는 우리 입장이 미묘하게 맞서 있다.
미국은 특히 한국에 이어 일본, 유럽과 순차적인 방위비 협상을 앞두고 있어 일종의 '기준점'이 되는 한미 협상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 대폭 인상을 관철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도 지금보다 4배 증액한 약 80억 달러(9조3000억원) 규모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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