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토화됐다"…주민 26%가 암 걸린 장점마을의 비극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 2019.11.15 04:30

[MT이슈+] '암 집단발병' 장점마을, 원인은 연초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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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전북 익산시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인근 한 비료공장의 불법폐기물 의혹에 대한 익산시와 환경과학원, 환경부, 익산장점마을비상민관대책협의회의 전수조사가 실시됐다. 내부에서 검은 흙이 굴착되어 나오고 있다./사진=뉴스1

전북 익산시 장점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과 마을 인근 비료공장인 금강농산 사이에 역학적 관련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평화롭던 농촌 마을은 어쩌다 '죽음의 마을'이 됐을까.

환경부와 환경안전건강연구소는 14일 익산시 국가무형문화재통합전수관에서 연 '익산 장점마을 환경부 역학조사' 최종발표회에서 "장점마을 주민들의 암 발생과 금강농산 사이에 역학적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여왕벌 알 못 낳고, 저수지 생명체 폐사…노부부 하루에 죽기도


2018년 전북 익산시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인근 한 비료공장의 불법폐기물 의혹에 대한 익산시와 환경과학원, 환경부, 익산장점마을비상민관대책협의회의 전수조사가 실시됐다. 내부에서 검은 흙이 굴착되어 나오고 있다./사진=뉴스1

최재철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과 손수호 변호사가 과거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말한 내용 등을 참고해 마을에서 일어난 비극을 재구성했다.

2001년 7월, 장점마을 산 중턱에 비료 공장이 생기면서 비극이 시작됐다. 주민들은 처음엔 공장을 반겼다. 큰 시설이 없는 농촌 마을에 공장이 들어와서다.

공장은 낮에는 하얀 연기를, 밤에는 까만 연기를 뿜어 올렸다. 밤낮으로 뿜어대는 연기에 마을 주민들은 숨쉬기가 점점 힘들어졌다. 장점마을에 살던 한 어린 아이가 '숨이라도 제대로 쉬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일기를 쓸 정도였다.

동네에서 양봉을 하면 벌이 죽고, 여왕벌이 알을 낳지 못했다. 아침마다 밀려오는 연기 냄새는 너무 지독했다. 밭에서 일하던 사람이 냄새를 맡고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2010년 9월쯤 저수기 안에 있는 생명체가 다 폐사했다. 물고기 뿐만 아니라 식물들도 다 죽었다. 최 위원장은 "(신고를 했는데) '그건 잘못이 아니다. 그걸 봤느냐, 그걸 사진으로 찍었느냐' 뭐 이런 식으로 답변을 시에서 했다"며 "당시에 전라북도 보건환경연구원하고 익산시가 그 물을 떠다가 조사를 했는데, 혐의가 없다고 나왔다"고 설명했다.

암에 걸린 사람들이 하나둘 죽기 시작했다. 노부부가 하루에 죽는 일도 있고, 30대 중반의 젊은 사람이 췌장암에 걸려 사망하기도 했다. 귀농한 50대 부부도 암에 걸렸다. 아이들은 피부병을 앓았다. 최 위원장은 "마을이 초토화됐다"며 "사람이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고 했다.

마을 주민의 약 4분의 1이 암에 걸렸다. 익산시는 이 마을 97명의 주민 중 26명이 암 판정을 받아 14명이 사망한 것으로 공식 확정한 상태다.



26명 암 발생 원인…연초박이 뭐길래


/사진=이미지투데이

역학조사 결과 원인은 '연초박'으로 밝혀졌다. 연초박은 담뱃잎 찌꺼기로 담배제조공정에서 나오는 부산 폐기물이다. 연초박은 폐기물관리법 및 비료관리법 등에 따라 재활용될 수 있다.


금강농산은 퇴비(교반 공정)로 사용돼야 할 연초박을 불법으로 유기질 비료 원료(건조 공정)에 사용했다. 손 변호사는 "연초박이 담뱃잎 찌꺼기라 일반 담뱃잎 성분과 동일하다"며 "그래서 여기에 열을 가하면 담배 연기와 같은 유해 물질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밤낮으로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가 '담배 연기'와 다름 없었던 셈이다.

이번 역학조사를 한 고도현 환경안전건강연구소 부소장은 "허술한 방지시설 관리로 건조 과정 중 휘발되는 연초박 내 발암물질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대기 중으로 배출돼 장점마을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금강농산 사업장 내부와 장점마을 주택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PAHs)와 담배특이니트로사민(TSNAs)가 검출됐다. PAHs는 1급 발암물질로 폐와 피부에 암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TSNAs는 암 유발 여부가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동물실험 결과에 따라 현재 발암물질로 분류돼 있다.



비특이성 질환 역학적 관련성 인정 첫 사례…"경각심 가져야"


14일 전북 익산시 국가무형문화재통합전수관에서 기자와 장점마을 주들이 참석한 가운데 익산 장점마을 환경부 역학조사 최종발표회가 열린 가운데 환경부 관계자의 질의응답이 진행되고 있다./사진=뉴스1

이는 정부가 환경오염으로 인한 비특이성 질환의 역학적 관련성을 인정한 첫 사례다. 비특이성 질환은 원인과 결과가 명확히 대응하는 특이성 질환과 달리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그래서 역학적 관련성을 인정받기가 매우 어렵다.

금강농산에 연초박을 공급한 KT&G는 전국 6개 업체에 연초박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을 유발시킨 물질인 만큼 해당 공장에서 연초박을 처리하는 방식을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집단 암 발병 등 비슷한 상황을 겪은 다른 마을과 관련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남원시 이백면 내기마을에도 1999년 아스콘 공장이 들어선 이후 10명이 넘는 주민에게 암이 발생했다. 정읍시 이평면 정애마을에도 2016년 폐기물재활용업체가 들어온 뒤 4명이 암으로 사망했다. 충남 당진 석문면 교로리의 경우 석탄발전소와 송전탑이 건설된 후 24명의 암 환자가 발생하고 이중 13명이 사망했다.

손 변호사는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연초박뿐만 아니라 확인되지 않고 굉장히 좀 우려할 만한 그런 발암의 원인들이 여기저기 있을 수 있다"며 "이렇게 안전하지 못하고 위험천만한 환경에 노출되는 일이 얼마나 더 있는지.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각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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