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여성 전용' 직렬 정년만 43세…대법 "성평등 위반"

머니투데이 송민경 (변호사) 기자 | 2019.11.10 09:00

[the L]여성만 일하는 전산사식 등 직렬 정년 낮아…원예 등 남성 직렬은 정년 57세


사실상 여성만 근무하는 분야의 정년을 남성만 근무하는 분야의 정년보다 낮게 규정한 국가정보원의 내부 규칙은 성평등을 위반해 무효가 될 소지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국정원 계약직 직원으로 일한 이모씨(여·54)와 김모씨(여·54)가 국가를 상대로 '국정원 소속 국가공무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국정원에서 출판물 편집 등을 담당하는 전산사식 직렬에서 일했던 이들은 2008년 국정원 계약직 직원 규정상 근무상한연령(정년)인 43세가 됐다. 이들은 국정원장이 별도로 정한 후속처리지침에 따라 2년 더 일한 뒤 2010년 퇴직했다.

이씨 등은 해당 규정이 정년을 여성만 종사하는 전산사식 등 직렬은 43세, 남성만 종사하는 원예 등은 57세로 정하고 있는 것은 양성평등보호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여성들이 일하는 직렬만 조기퇴직 하도록 부당하게 낮은 정년을 정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성별에 따른 차별이어서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원고들은 계약직 공무원으로 근무상한연령이나 정년이 아닌 계약기간 만료로 인해 퇴직하게 된 것”이라고 맞섰다.

1심 법원은 “국가정보원 전임계약직 직원의 근무상한연령을 정한 국가정보원 내규인 ‘계약직 직원 규정’은 양성평등보호규정에 위배되는 내용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 1심 법원은 “근무상한연령은 직렬별 각 해당 직무의 기능과 특성에 기초해 구별해 설정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근무상한연령을 정하는 데에 있어 성별을 이유로 합리적 이유 없이 근로의 조건을 다르게 했다거나 퇴직에서 남녀를 차별했다고 인정할 만한 별다른 사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2심 법원 역시 "이씨 등은 재계약 기간이 만료돼 퇴직처리됐을 뿐"이라며 1심 법원의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법원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내규에서 사실상 여성들만 일하는 직렬의 정년을 더 낮게 정한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업주인 국정원장에게 있다며 "이를 증명하지 못한 경우 이는 강행규정인 남녀평등고용법과 근로기준법에 위반돼 당연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어 대법원은 원심이 사실상 여성 전용 직렬로 운영된 전산사식 분야의 근무상한연령을 낮게 정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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