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PD 구속으로 연습생들 ‘멘붕’…“눈물 콧물 쏙 뺀 시청자가 가장 큰 피해자”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9.11.05 22:41

참가자 반응 각양각색 ‘자괴감’에서 ‘분노’까지…“믿었던 마지막 공정 무너져”

'프로듀스 X 101' 단체 모습. /사진=뉴시스

사기와 투표 조작, 유흥업소 접대에 따른 배임수재 등의 혐의를 받는 안준영 엠넷 PD가 5일 구속되면서, 참가자들이 소위 ‘멘붕’에 빠졌다.

그간 안 PD가 연출을 맡은 ‘프로듀스×101’ 시리즈에 출연한 예비 스타들을 둔 일부 기획사들이 전한 참가자들의 반응은 ‘자괴감’에서 ‘분노’까지 다양하게 이어졌다.

지난 7월 엠넷 보이그룹 육성 프로젝트 ‘프로듀스X101’은 1~20위 연습생들의 최종 득표수 사이에 일정한 패턴이 되풀이된다는 일부 팬들의 의혹 제기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이에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지난달 30일 프로그램 제작진과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5일, 일부 기획사들은 “허망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중소기획사 A 이사는 “일부 힘 있는 기획사가 제작진과 친밀한 관계를 가질 가능성은 인정했지만 이 정도일 줄까진 의심하지 못했다”며 “참가 연습생이 ‘멘붕이 올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고 전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공정’하다고 믿었던 연습생이 투표 순위에서 밀릴 때마다 자신의 실력 탓을 하며 자괴감에 빠졌다는 얘기를 ‘멘붕’으로 설명한 것이다.

또 다른 중견기획사 B 본부장은 “회사 브랜드 이미지가 좋거나 영향력 있는 회사 소속 연습생들은 회사가 아닌 자신의 능력만으로 높은 순위에 올랐다고 생각했는데, ‘혹시…’하는 마음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나름의 작은 분노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기획사 관계자들은 “제작진과의 좋은 관계는 필수 요소”라며 “다만, 그 마지노선을 넘을 때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터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7월 31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CJ ENM '프로듀스 엑스(X) 101' 사무실을 투표조작 의혹으로 압수수색했다. 법원은 5일 이 프로그램 안준영 PD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사진=뉴시스



음악 관계자들은 “믿었던 공정의 마지막 보루로 여긴 ‘문화’ 분야에서 허위의식이 판을 친 격”이라며 쓴소리를 던졌다.

한 케이블방송의 C씨는 “한때 기획사와 제작진과의 유착관계로 물의를 빚은 이후 사라진 것처럼 보였던 ‘조작’과 ‘검은 거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라며 “시장 판돈이 갈수록 커지면서 검은 고리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가 키우는 연습생’이라는 모토로 공정을 앞세웠지만, 결국 가짜 이데올로기 장사를 어마어마하게 했던 것”이라며 “가장 큰 피해자는 눈물 콧물 쏙 빼서 ‘공정한 룰’을 지키려 했던 시청자들”이라고 말했다.

황 평론가는 “더 이상 이런 대국민 사기극을 볼 이유가 없어졌다”며 “시청자를 볼모로 장사하는 ‘거짓 방송’은 멈춰 세워야 한다”고 일갈했다.

엠넷은 이날 입장을 내고 “엠넷은 앞으로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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