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본은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의 핵심공정인 이물질 제거와 분류 과정에 미생물을 이용한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선 이를 잘게 부숴 이물질을 제거하고 PE(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PET(페트) 등 종류별로 섞이지 않도록 구분해야 한다. 하지만 PE와 PP는 성질이 비슷해 현재 기술로는 분류 순도 98%를 넘지 못한다. 재활용할 PE들에 PP가 2% 섞이거나 반대의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활용 플라스틱의 가격은 새 제품의 50~60%에 그친다.
서 대표는 “특정 플라스틱만 먹지(분해하지) 못하는 미생물을 이용하면 순도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98%까지 플라스틱을 분류한 후 이를 미생물 균소화조에 넣으면 미생물이 2%의 다른 종류 플라스틱을 분해해 순도 99.7%를 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플라스틱 종류에 따라 적합한 미생물을 파악하고 이를 상용화할 수 있게 배양하는 등 최적의 조건을 유지하는 게 리본의 핵심 솔루션이다.
순도를 99.7%까지 높인 재활용 플라스틱 가격은 새 제품의 80%까지 올라간다. 리본에 따르면 연평균 1만1000톤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경우 리본 솔루션을 이용해 연 37억5000만원의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유지비는 7억2000만원 수준이다. 서 대표는 “1만톤 이상 규모의 재활용업체와 수억 원의 시험단계 솔루션 계약을 진행했다”며 “또다른 업체 1곳과도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서 대표가 20대 초반 나이에 창업할 수 있었던 것은 ‘맨땅의 헤딩’을 겁내지 않는 성격 때문이다. 서 대표는 2016년 고3 시절 ‘재활용산업에서의 과학기술 적용’을 주제로 한 과학대회에 참가했다. 서 대표는 “아이디어도 없이 참가부터 결정했다”며 “일단 참가했으니 아이디어를 찾아야겠다 싶어 논문을 찾았다”고 전했다. 논문을 뒤지던 서 대표는 분류문제만 해결하면 재활용 플라스틱 가격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미생물 특성을 적용해 이를 해결키로 했다.
대회에서 수상한 서 대표는 해당 아이디어로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곱씹을수록 돈이 된다는 판단이 들었다.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에 진학한 서 대표는 지난해 1월 회사를 차리고 학업과 일을 병행했다. 대학에서 관련 분야를 전공한 선배·동기들도 합류했다. 이들은 사업모델 실증을 위한 대학·정부의 지원을 닥치는 대로 신청했다. 관련기술을 잘 아는 현장 대표들은 물론 교수님들에게도 무작정 찾아가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서 대표는 “‘공부하려 한다’며 막무가내로 현장을 다니며 100여명에 달하는 업체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회상했다.
전문가들에게 인정받은 서 대표는 지난해 한국폐기물협회 세미나에서 발표를 진행하면서 재활용업체와 계약하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 9월에는 아산나눔재단이 개최한 정주영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10곳 넘는 액셀러레이터 및 벤처캐피탈과의 투자협의도 진행 중이다. 리본은 현재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과 중국에도 관련특허를 신청한 상태다. 국내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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