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로 플라스틱 분리수거…재활용 수익성 '쑤욱'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 2019.11.08 05:07

[스타트UP스토리]서동은 리본 대표, 미생물 활용한 순도 99.7% 플라스틱 재활용 솔루션 개발

리본의 서동은 대표(왼쪽)와 남현주 CTO(최고기술책임자) /사진=고석용 기자
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 뛰어든 만 스물한살의 여성 CEO(최고경영자)가 있다. 미생물을 이용해 플라스틱 재활용 솔루션을 개발한 스타트업 리본(ReBorn)의 서동은 대표다. 서 대표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전국과학탐구대회에서 수상한 아이디어로 창업에 나서 재활용시장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리본은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의 핵심공정인 이물질 제거와 분류 과정에 미생물을 이용한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선 이를 잘게 부숴 이물질을 제거하고 PE(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PET(페트) 등 종류별로 섞이지 않도록 구분해야 한다. 하지만 PE와 PP는 성질이 비슷해 현재 기술로는 분류 순도 98%를 넘지 못한다. 재활용할 PE들에 PP가 2% 섞이거나 반대의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활용 플라스틱의 가격은 새 제품의 50~60%에 그친다.

서 대표는 “특정 플라스틱만 먹지(분해하지) 못하는 미생물을 이용하면 순도를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98%까지 플라스틱을 분류한 후 이를 미생물 균소화조에 넣으면 미생물이 2%의 다른 종류 플라스틱을 분해해 순도 99.7%를 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플라스틱 종류에 따라 적합한 미생물을 파악하고 이를 상용화할 수 있게 배양하는 등 최적의 조건을 유지하는 게 리본의 핵심 솔루션이다.

순도를 99.7%까지 높인 재활용 플라스틱 가격은 새 제품의 80%까지 올라간다. 리본에 따르면 연평균 1만1000톤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경우 리본 솔루션을 이용해 연 37억5000만원의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유지비는 7억2000만원 수준이다. 서 대표는 “1만톤 이상 규모의 재활용업체와 수억 원의 시험단계 솔루션 계약을 진행했다”며 “또다른 업체 1곳과도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서 대표가 20대 초반 나이에 창업할 수 있었던 것은 ‘맨땅의 헤딩’을 겁내지 않는 성격 때문이다. 서 대표는 2016년 고3 시절 ‘재활용산업에서의 과학기술 적용’을 주제로 한 과학대회에 참가했다. 서 대표는 “아이디어도 없이 참가부터 결정했다”며 “일단 참가했으니 아이디어를 찾아야겠다 싶어 논문을 찾았다”고 전했다. 논문을 뒤지던 서 대표는 분류문제만 해결하면 재활용 플라스틱 가격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미생물 특성을 적용해 이를 해결키로 했다.

대회에서 수상한 서 대표는 해당 아이디어로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곱씹을수록 돈이 된다는 판단이 들었다.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에 진학한 서 대표는 지난해 1월 회사를 차리고 학업과 일을 병행했다. 대학에서 관련 분야를 전공한 선배·동기들도 합류했다. 이들은 사업모델 실증을 위한 대학·정부의 지원을 닥치는 대로 신청했다. 관련기술을 잘 아는 현장 대표들은 물론 교수님들에게도 무작정 찾아가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서 대표는 “‘공부하려 한다’며 막무가내로 현장을 다니며 100여명에 달하는 업체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회상했다.

전문가들에게 인정받은 서 대표는 지난해 한국폐기물협회 세미나에서 발표를 진행하면서 재활용업체와 계약하는 등의 성과를 올렸다. 9월에는 아산나눔재단이 개최한 정주영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10곳 넘는 액셀러레이터 및 벤처캐피탈과의 투자협의도 진행 중이다. 리본은 현재 우리나라는 물론 유럽과 중국에도 관련특허를 신청한 상태다. 국내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염두에 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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