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다임러그룹 관계자의 반응은 이유가 있었다. 이들이 방문한 배터리 업체는 중국의 닝더스다이신에너지기술(寧德時代新能源科技·CATL),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회사였다. 다임러그룹이 CATL을 찾은 것은 배터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중국 정부의 압박 때문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CATL이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이 CATL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시나리오를 짰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 업체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어서다. 중국에서는 지난해에만 2100만대의 전기차가 팔렸다. 세계 전체의 60%를 차지하는 규모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으로 수익률도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외국 자동차 업체가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CATL 등 자국 업체가 생산한 배터리를 쓰도록 강제했다. 삼성SDI, LG화학 등 한국 배터리 업체와 일본 업체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이더라도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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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업체는 중국 공장서 생산해도 중국 시장서 못팔아━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CATL은 성장을 거듭했다. 올해 3분기 매출은 전 분기보다 30% 가까이 증가한 126억위안(약 2조800억원)으로, 영업이익도 40% 급증한 14억위안(약 2310억원)에 달했다. 7~8월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66%로 사실상 내수를 석권했다. 또 20억달러(약 2조3200억원)를 투자한 독일 공장이 2021년 문을 열 예정이며, 이미 BMW그룹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미국에 영업본부도 설치했다.
WSJ은 "CATL은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벤치마킹해 급성장했지만, 화웨이와 달리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면서 "최근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재료인 코발트 확보를 위해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광산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등 미국과 유럽 정책 당국자에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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