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정치광고' 못버리나? 안버리나?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 2019.11.03 07:00

트위터 금지 조치와 대비되며 여론 싸늘
"광고 검열은 표현의 자유 침해" 반박도

【뉴욕=AP/뉴시스】지난달 30일(현지시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가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치 광고를 전면 중단하기로 한 것과 관련, 페이스북에서는 정치광고를 금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광고수익 때문에 정치적 광고를 금지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정치 광고를 유지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사진은 2018년 4월 10일 저커버그가 미 의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참석한 모습. 2019.11.01.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투사인가, 돈의 논리를 쫓아 민주주의를 해하는 존재인가.

페이스북을 바라보는 미국 여론의 시선이 점점 냉담해지고 있다. 다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업인 트위터가 모든 정치 광고를 금지한다고 밝히자 '페이스북은 왜 못하는가'라는 비난이 곳곳에서 나온다. 그러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표현의 자유'에 어긋난다며 정치 광고에 대한 사실 여부를 점검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에서 정치광고는 검열 대상 아냐…방송광고도 내용 규제 안해

비록 그의 발언이 공감을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정치 광고는 '표현의 자유'의 보호를 받는 대상이라는 사실은 맞다. 우리나라나 영국 등 유럽에서는 정치 광고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데 비해 미국에서는 정치 광고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다. 많은 나라에서는 정치 광고가 자유롭게 허용되면 자금력에 따라 후보의 영향력이 달라질 것을 우려해 정치 광고를 제한하고 있다. 미국에서 정치 광고는 정치적 발언으로 간주돼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미국 수정헌법 1조의 보호를 받는다. SNS 기업이 정치 광고의 집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도, 메시지 자체에 대해서는 간섭할 수 없다는 뜻이다.

폭스네트워크 창립자인 배리 딜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저커버그 CEO를 옹호하며 "그의 말이 맞을 뿐 아니라 (검열은) 법에 위반된다"며 "TV에서도 광고 검열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NBC와 CNN 앵커를 지낸 캠벨 브라운 페이스북 글로벌 뉴스파트너십 담당 부사장은 "정치 광고에서 사실과 거짓을 가리는 것은 언론이 할 일이지 한 IT기업의 엔지니어들의 할 일은 아니라고 강하게 믿는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심지어 특정 정당이나 후보가 아닌 일반 영리단체도 정치 광고를 의뢰할 수 있다. 2010년 미국 대법원은 특정 정치인과 정당에 직접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면 개인, 노동조합, 기업 등 누구나 무한정 모금을 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러한 외곽 후원 단체를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이라고 부른다. 슈퍼팩을 통해 정치 광고를 할 수 있게 되면서 미국의 정치 광고업계는 선거철마다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급성장하고 있다.

◇정치 광고 시장 TV가 장악해도 영향력은 '인터넷'…외국 세력 개입·유권자 정보 누출도 우려


아직까지 정치 광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TV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미국의 정치 광고 비용은 2014년 29억5000만달러에서 2016년 43억5000만달러, 2020년에 6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20년에도 지상파와 케이블TV의 광고비용 합계가 44억달러(73.3%)로 가장 많고, 페이스북 등을 통한 디지털 광고가 12억달러(20%), 라디오가 4억달러(6.7%)로 전망된다.

미국 정치 광고 비용 추이/출처=이마케터
다만 TV나 지면, 라디오 등 기존 매체와 다르게 인터넷에서는 광고주가 누구인지 밝힐 필요가 없었다. 이를 시정하고자 2017년 미국 의회는 '정직한 광고법'을 발의했다. 온라인 정치 광고에도 광고주를 밝히고 외국 세력이 직접 또는 간접적인 정치 광고를 게재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이다. 2016년 지난 대선에서 러시아 개입설이 불거진 점을 의식한 것이다. 이 법은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뿐 아니라 페이스북, 구글, IBM, MS, 트위터 등 IT기업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이 법은 현재 통과되지 못하고 상원에서 표류 중이다. 현행 발의법으로는 외국 세력의 개입을 막을 수 없고, 수정헌법 1조의 의미를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저커버그 CEO는 유해 콘텐츠의 감시 책임을 기업이 혼자 부담하기에는 너무 크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정부과 규제당국이 인터넷 콘텐츠 감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유해 콘텐츠 △깨끗한 선거 △사생활 보호 △데이터 이동이라는 4가치 측면에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페이스북은 EU(유럽연합) 국가에서는 정치 광고의 광고주가 누구이고 광고비로 얼마를 냈는지 공개하기 시작했지만 "어떤 광고가 얼마나 정치적인지 아닌지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며 "만약 정치 결정권자들이 공통적인 기준을 만든다면 우리의 시스템은 더욱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썼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의 한 컴퓨터 화면에 페이스북 정치 광고의 검색 장면이 나타나 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트위터가 2020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치 광고를 전면 중단하기로 한 것과 관련, 페이스북에서는 정치광고를 금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광고수익 때문에 정치적 광고를 금지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정치 광고를 유지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AP·뉴시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이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 것은 영향력에 비해 관리가 너무 허술하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SNS를 통한 정치 광고는 광고를 보는 이용자의 나이, 성별, 성향에 따라 맞춤광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저비용 고효율 광고로 여겨진다. TV보다 광고 금액이 적을지라도 영향력은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페이스북은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최대 8700만명의 이용자 개인정보를 영국 정치컨설팅 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유출해 지탄을 받았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이와 관련해 올해 페이스북에 대한 50억달러 벌금 합의안을 표결에 부쳐 승인했다.

뉴욕타임스는 정치 광고에 대한 사실 여부를 점검하지 않겠다는 페이스북의 결정에 대해 "페이스북은 2016년 거짓정보 확산의 중요한 채널이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미국 선거의 진실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IT전문매체 와이어드는 "페이스북이 정치 광고를 피할 수 없는 문제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면 트위터는 엄청나게 간단한 답을 냈다"며 "정치적 발언을 판단하고 싶지 않다면 광고를 금지하면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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