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도 주권을 가진 주체다"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 2019.11.04 10:03

[인터뷰]광주학생항일운동 90주년 기념 학생운동가 김상천, "청소년 동일한 주권자로 생각해달라"

김상천군(17)이 지난달 31일 오후 5시쯤 인천 계산역 인근에서 머니투데이 기자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 임찬영 기자
"청소년을 청소년으로서 주권을 가진 동일한 주권자로 생각해달라"

2016년 12월, 전국 청소년이 한자리에 모였다.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그 때 학생들의 모임에 사회를 맡았던 김상천군(17)이 있었다.

그날은 김군에게 부끄러운 하루면서도 잊지 못할 추억이기도 했다. 당시 김군은 처음 사회를 맡아서인지 연설자를 잘못 소개하는 등 실수를 반복했다.

위축될 수 있었지만 참가 학생들과 행진할 때 그 두려움은 사라졌다고 한다. 사는 곳은 다르지만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서로를 응원하며 함께했기 때문이다.

11월 3일 '광주학생항일운동' 90주년을 기념해, 청소년 인권과 학생주권과 관련해 학생운동가 김군을 만났다.

김군은 2016년 그날을 계기로 학생 운동에 더욱 열심히 참여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나갔다.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에서 활동하며 장미혁명, 청소년 참정권 캠페인 등 수많은 집회에 참여했다. 김군에게는 당장 앞에 놓인 공부보다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게 더욱 가치 있는 일이었다.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김군은 "부모님 반대가 굉장히 심했다"며 "집회에 참가했다는 것을 처음으로 들켰을 때 집안이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끝내 김군을 말릴 수는 없었던 아버지는 "뭐라고 하지 않을테니 집회에 참석할 때 참석한다는 말이라도 미리 해달라"며 "잘할 것이라 믿으니 너무 치우치지만 말라"고 조언해줬다고 한다.


학업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성적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1등급대 내신을 유지하는 등 학업에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그는 "학생 운동을 통해 사회를 실제로 접했던 것이 오히려 공부에 도움이 됐다"며 ""학생 운동에서 겪었던 현실의 벽들이 공부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최근 김군은 수년간 쌓은 경험을 토대로 인천에 청소년인권센터를 만들고 있다. 센터 대표로서 청소년 교육을 외면하는 현실을 이겨내고 지역 청소년들과 함께 청소년 권익을 위해 활동할 예정이다.

김군은 "단순히 정치적 의견을 내는 단체가 아니라 토론도 함께하고 독서 토론을 하며 시민으로서 능력을 키우는 단체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센터 이름은 '내일(가칭)'로 생각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더 나은 미래에서 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싶다는 의미다. 비록 학생 운동의 한계를 몸소 느끼고 있지만 직접 그 한계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김군은 "청소년 운동은 청소년 스스로 권리를 찾고 의무를 다하는 것"이라며 "청소년을 예비 시민으로만 보지 말고 똑같은 주권을 가진 주체로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선을 위해 음지 걷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돼 음지에 빠져 허덕이는 사람들을 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미성년자인 김 군과의 인터뷰는 김군 부모님의 사전 허락 아래 이뤄진 것입니다.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3. 3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4. 4 '돌싱'이라던 남편의 거짓말…출산 앞두고 '상간 소송'당한 여성
  5. 5 수원서 실종된 10대 여성, 서울서 20대 남성과 숨진 채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