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광의 디지털프리즘]광화문택시연가(3)-타다 혁신학

머니투데이 성연광 정보미디어과학부장 | 2019.11.01 04:00

#‘타다’가 신세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별로다. 필요할 때 타기 어렵다. 늦은 밤 광화문에서 귀가할 때 부르면 곧잘 달려왔는데 어느 순간 ‘배차 대기 차량이 없다’는 메시지만 뜬다. 그래서 요즘은 잘 안 탄다. 타다 운영사 VCNC 측에 물으니 이런 불만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배차량에 비해 이용률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회사 내부에서 위기감도 크다고 했다. 얼마 전 증차계획을 발표한 것도 그런 이유란다. 하루 만에 발언을 철회하긴 했지만.

 타다에 진짜 위기가 닥쳤다. 검찰이 박재욱 VCNC 대표와 이재웅 쏘카 대표를 여객자동차운수법 위반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올 2월 택시업계가 타다 측을 고발한 지 8개월 만이다. 설마하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제 타다의 존폐 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타다가 혁신적인 사업모델인지, 편법 무면허 택시영업인지는 여전히 논란이다. 현행법 예외조항을 이용해 만든 서비스모델의 태생적 한계다. 보는 각도에 따라 합법과 위법을 오간다. 타다와 모빌리티업계는 “혁신적이지만 촘촘한 규제 탓에 어쩔 수 없었던 사업방식”, 택시업계는 “혁신을 가장한 꼼수”라고 주장한다. 따지고 보면 정부 규제산업에서 법 개정 없이 새로운 사업모델은 나올 수 없다. 사업모델보단 서비스 혁신성이 중요한 이유다. 이용자 편익과 산업의 근간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느냐가 판단기준이다.

 타다는 서비스 개시 1년간 가입자 125만명, 드라이버 9000명을 확보한 수도권 최대 모빌리티 서비스로 자리잡았다. 이용자들의 절대적 지지 덕분이다. 택시의 승차거부와 불친절에 지친 이용자들은 타다의 청결함과 에티켓에 열광했다. “택시에 짐짝 취급당하다 손님으로 대접받았다”고 환호했다. 요금은 더 비쌌지만 단골 승객이 빠르게 늘었다. 택시산업에 던진 파장도 적잖다. 택시업계의 대규모 반대집회 등 사회적 갈등도 유발했지만 택시월급제 공론화, 플랫폼택시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런 면에서 ‘타다’는 혁신에 가깝다고 본다.


 검찰의 타다 기소는 말로만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외친 우리 사회 주체들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다. 정부는 명확한 로드맵과 철학이 없이 겉으로만 “규제 혁파”를 외친다. 리더십을 갖고 적극적으로 이해당사자를 조율해야 하는데 오히려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검찰은 기소 전 국토교통부에 의견을 구했다고 한다. 그때 불분명한 태도를 보인 정부부처 관료들이 막상 검찰의 기소 이후 한목소리로 “안타깝다”며 우려를 표했다. 앞과 뒤가 다르다. 국가 미래 먹거리 걱정보단 눈앞의 ‘표’만 신경 쓰는 국회는 아예 사회적 합의의 훼방꾼이다. 그러니 검찰이 더이상 논의를 지켜볼 필요도 없다고 판단했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검찰의 개입은 성급했다. 산업 혁신모델 도입 여부를 사법적 잣대로, 그것도 낡은 법률로 판단하는 나쁜 전례를 남겼다. 시장 혁신은 기존 기득권의 반발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고발, 고소가 이어질 게 뻔하다. 예비 범법자가 될 수 있는 환경에서 누가 창업을 하고 투자를 하겠는가.

 이해당사자들도 책임이 없지 않다. 시대는 변하는데 ‘우버엑스’ ‘카카오 카풀’에 이어 ‘타다’까지 경쟁 사업모델이 나올 때마다 택시업계는 막무가내로 보이콧해왔다. 타다 경영진도 갈등을 키웠다. ‘혁신 완장’을 찬 채 상대 진영의 희생만 강요하고 중재자인 정부를 비꼰 것은 아닌지 반성할 일이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사회에 절실한 건 사업모델 혁신에 앞서 사회주체들의 마인드 혁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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