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황금알 낳던 면세점이 '돈먹는 하마' 된 이유 두가지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 2019.10.31 10:48

[탈출러시 면세시장]中 한류팬만 생각한 신규 특허 발급…면세시장 특수성 고려 못한 '홍종학법'

편집자주 | 올해 국내 면세시장은 최대 25조원 규모를 바라본다. 그러나 지나친 중국 따이궁(대리구매상) 의존도와 사업자 난립에 따른 과당경쟁으로 '속빈강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후발과 중소사업자들은 적자에 허덕인다. 대기업 한화에 이어 두산도 면세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외화내빈' 면세시장을 만든 구조적 문제점들을 짚어본다.

면세점이 늘어도 너무 많이 늘었다. 2015년 이전까지만 해도 6개였던 서울 시내면세점은 13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업체 간 경쟁은 치열해졌다. 대기업 마저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다. 올해 9월 한화에 이어 내년 4월 두산도 면세시장에서 철수한다.

갤러리아면세점63과 두타면세점이 문을 닫은 배경에는 중국의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와 '따이궁(중국인 대리구매상)' 중심의 수익 구조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무분별한 신규 면세점 특허 남발이다.

2015년 2월 관세청은 서울 3개(대기업 2개, 중소중견기업 1개), 제주 1개 등 총 4개의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입찰 공고를 내놨다. 2000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이후 2016년에도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4개(대기업 3개, 중소중견기업 1개)를 추가로 발급했다.

정부는 신규 특허 발급 이유로 급성장하는 국내 면세관광시장에 비해 부족한 시장 인프라를 꼽았다.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서울은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실제 2014년 중국인 관광객은 613만명으로 전년대비 41.6% 성장했다.

그러나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본격화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2017년 중국인 관광객 수는 417만명으로 전년대비 반토막 났다. 정치외교와 환율 등으로 언제든지 급변하는 관광 산업만 바라보고 복합적인 판단 없이 면세점만 늘렸다.


면세점이 2배 이상 늘어난 상황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자 업체 간 경쟁은 치열해졌다. 유커를 대신한 '따이궁(중국인 대리구매상)'을 잡기 위해 면세점들은 경쟁적으로 송객수수료(일종의 리베이트)를 끌어올렸다. 매출이 늘수록 영업적자가 쌓이는 구조다.

2013년 통과된 관세법 개정안, 이른바 '홍종학법'도 면세시장을 교란하는 요인이다. 기존에는 면세점 특허가 10년 단위로 자동 갱신됐다. 그러나 개정안 통과로 특허 기간은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되고 특허를 재입찰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면세 사업자들의 경영 환경은 더욱 악화됐다. 5년 마다 사업 존폐의 기로에 서다 보니 안정적으로 경영을 이어 나기 어렵다. 특히 직매입 방식의 면세사업 특성상 장기간 안목을 갖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하는데 5년이라는 기간은 짧다. 결국 한화와 두산은 무리한 외형 확장으로 사업 기간 내내 적자만 지속하다 결국 사업을 접었다.

한 면세점 관계자 "(홍종학법은) 당시 롯데와 신라가 80%를 차지하고 있는 면세시장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신규 면세점들의 조기 철수 등 부작용만 낳았다"며 "면세시장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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