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삼성엔 있고 애플엔 없는 것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9.10.30 18:05

[삼성전자 50년, 미래 50년]②삼성의 차별화된 경쟁력

편집자주 | 삼성전자가 창립 50주년(11월1일)을 맞는다. 반세기만에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초거대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조명해봤다.

성공한 기업에는 반드시 비결이 있다. 성공은 필연적으로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삼성전자도 그렇다. 1990년대까지 그저 반도 땅덩이에서 잘 나가는 기업이었던 삼성전자가 20여 년 만에 글로벌 기업으로 올라선 과정이 특히 그렇다.

◇ 하드웨어 1등 DNA…애플·구글은 따라오기 어려워 = 삼성전자는 무엇보다 하드웨어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기업이다. 소프트웨어 역량으로도 단숨에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뛰어오를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하드웨어 역량은 짧은 기간에 갖추기 어려운 경쟁력이다. 대규모 투자와 오랜 시간에서 쌓인 노하우가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강점을 활용해 D램에서 낸드플래시로,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전환하면서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했다. 최근 20여년의 성장을 이끈 첫번째 비결이 여기 있다.

이런 역량이 부족했던 노키아는 불과 1~2년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글로벌 1위 휴대폰 업체의 타이틀을 내준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워크맨과 TV로 세계 가전시장을 호령했던 소니가 10년 넘게 부침을 겪고 있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볼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 경쟁사로 꼽히는 애플, 구글이 가장 약한 부분도 하드웨어 역량이다. 애플은 외형상 하드웨어 업체지만 자체 생산시설이 없다. 생산을 대행하는 대만 폭스콘의 파업이 애플의 최대 리스크로 꼽히는 이유다. 애플이 시장의 다채로운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글은 2011년 90억달러를 투자해 모토로라를 인수, '모토X'를 출시하면서 대대적으로 하드웨어 진출을 시도했지만 이렇다 할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유튜브와 검색엔진을 발판으로 여전히 소프트웨어 분야의 글로벌 강자로 군림하는 구글의 흑역사 가운데 하나다.

◇ 장막 뒤 소프트웨어 역량…AI 세계적 권위자 영입 = 올초 삼성전자와 애플이 삼성전자 스마트TV에 애플의 음악·영화·팟캐스트 유통채널 아이튠스를 탑재하기로 했을 때 블룸버그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거래가 발표됐다"고 썼다. '7년 전쟁이 무색한 적과의 동침'을 끌어낸 삼성전자의 무기는 연간 5억대 이상 판매되는 '하드웨어'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앞두고 새삼 삼성전자에 러브콜 공세를 벌이는 까닭이다. 인공지능 개막의 전제, 빅데이터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만한 기업이 없다.


그렇다고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역량이 뒤져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출신의 데이비드 은 삼성넥스트 최고혁신책임자(CIO·사장)는 2014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삼성이 지속적으로 거대한 배급 플랫폼을 위해 기반을 닦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보지 못한다."

그 인터뷰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 등 5개 나라에서 7개의 AI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AI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다니엘 리 코넬테크 교수를 영입한 데 이어 2020년까지 AI 선행 연구개발 인력을 1000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 "삼성은 3개의 날개로 난다" = 전문가들이 삼성전자의 비약적 성공 비결로 꼽는 또 다른 경쟁력은 부품에서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포트폴리오다. 제조업체로는 경이적인 수익성이 반도체·디스플레이(부품)와 스마트폰·무선기기, TV·가전(완제품)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나온다. 실적 발표 때마다 삼성전자를 떠받치는 3개의 날개가 언급되는 배경이다.

2014년에는 스마트폰 사업, 지난해에는 반도체 사업 비중이 급격하게 늘면서 이른바 사업부간 '밸붕'(밸런스 붕괴)이 문제로 지적됐지만 특정 사업이 부진할 때 다른 부문에서 뒷받침하는 포트폴리오는 삼성전자의 성장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쟁력이다. 자회사 삼성메디슨과 하만까지 더하면 의료기기와 자동차 전장(전자장비)까지 확장, 다각화한 사업구조는 웨어러블과 스마트홈, 스마트시티로 대변되는 차세대 시장에서도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제품 품질 문제가 불거지는 고비때마다 삼성전자가 시장 신뢰를 최우선으로하면서 정면돌파를 선택할 수 있는 근원도 포트폴리오 경쟁력 덕에 가능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전자 창립 40주년을 앞둔 2009년 10월에 냉장고 품질 문제가 터지자 주저없이 리콜을 지시했다. 2017년 갤럭시노트7 배터리 사태에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생산중단 조치로 조기 수습에 나서 오히려 삼성의 품질관리 정책에 대한 평가가 높아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품질 논란은 어느 기업이고 피할 수 없는 리스크라는 점에서 문제가 터졌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그 기업의 미래를 좌우한다"며 "'안테나 게이트' 당시의 애플과 배터리 사태 당시 삼성전자의 대응이 달랐던 이유가 사업 포트폴리오 차이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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