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내 계좌 다 뜨는 '오픈뱅킹'…"해킹 위험은 없나요?"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이학렬 기자, 박광범 기자, 변휘 기자, 주명호 기자 | 2019.10.30 04:30

[오픈뱅킹시대 개막] (종합)

편집자주 | 오픈뱅킹이 시작되면 은행의 전유물이었던 금융정보를 누구나 쓸 수 있다. 은행만 할 수 있었던 금융서비스를 핀테크기업, 비금융회사 등도 할 수 있다. 금융소비자는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앱' 하나로 모든 은행계좌 관리, 오픈뱅킹 시작



10개 은행 30일 시범실시, 12월엔 핀테크 참여…"금융노마드 출현 등 금융생활 획기적 변화"

'앱' 하나면 모든 은행에 흩어져 있는 계좌를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는 '오픈뱅킹'이 30일 시작된다. 은행권에서 우선 시작되고 12월에는 토스 등 핀테크 기업들도 참여한다. 내년에는 상호금융, 저축은행, 우체국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된다.

휴대폰만 있으면 금융회사간 자금 이동이 쉬워짐에 따라 기존 고객은 지키고 타사 고객은 뺏어오기 위한 금융권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30일 오전 9시부터 NH농협, 신한, 우리, KEB하나, IBK기업, KB국민, BNK부산, 제주, 전북, BNK경남 등 10개 은행에서 오픈뱅킹이 시범실시된다.

오픈뱅킹은 은행이 갖고 있는 고객의 계좌정보와 결제기능을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은행으로선 고객정보 독점을 포기하는 것이고 고객으로선 자신의 정보 이동권을 확보하는 개념이다. 가령 국민은행, 하나은행, 카카오뱅크에 계좌를 갖고 있는 고객이라면 현재는 3개 은행의 앱을 모두 설치해야 계좌조회나 이체가 가능하다. '오픈뱅킹'에선 1개 은행 앱만 있으면 모든 은행 계좌에 있는 돈을 조회하고 입출금할 수 있다.

'토스' 같은 핀테크기업들이 일부 제공해 왔지만 오픈뱅킹 시행으로 모든 은행과 핀테크 기업에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은행권 시범실시에 이어 다음달 18일부터는 보안심사를 통과한 핀테크기업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내년에는 2금융권으로 확대된다. 송현도 금융위 금융혁신과장은 "올해는 은행권 중심의 시스템 안착에 주력하고 내년에는 상호금융, 저축은행, 우체국 등 2금융권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는 증권사, 카드사 등의 참여도 검토할 방침이다.

오픈뱅킹이 시작되면 은행 입장에선 자사 고객만이 아니라 사실상 전국민을 대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금융데이터 개방이 전세계적인 추세이긴 하지만 은행들이 경쟁사인 다른 은행과 핀테크기업들에게 순순히 고객 정보를 오픈한 이유다.

이미 경쟁은 시작됐다. 은행들은 오픈뱅킹 시행과 함께 타행 계좌를 자행 오픈뱅킹에 등록하거나 타행 계좌에서 자행 계좌로 이체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이벤트를 마련했다. 복수의 은행 계좌를 갖고 있는 고객이 어느 은행의 앱을 오픈뱅킹의 통로로 쓰느냐에 따라 고객을 뺏길 수도, 뺏어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이체와 조회서비스가 주축이지만 직접 상품을 비교해서 가입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장되면 오픈뱅킹의 파괴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리나 수수료, 부가서비스 등의 혜택에 따라 이동하는 '금융노마드' 출현 등 금융생활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은행들은 이미 오픈뱅킹을 활용한 상품가입, 외화송금 및 환전, 통합자산관리서비스 등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이용자들이 얼마나 발품을 팔아 은행간 금리나 수수료를 비교하고 이동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이용자의 수고를 대신해 줄 전문회사의 등장이 예고돼 있다. 금융위는 신용정보법을 개정해 '마이데이터'(개인종합자산관리서비스업) 산업을 도입할 계획이다. '마이데이터'는 고객의 동의를 얻어 각 금융회사에 흩어져 있는 고객의 금융정보를 모아 통합조회하고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김진형 기자



내 계좌서 스벅 충전…오픈뱅킹, 무엇이 달라지나


은행앱 하나로 모든 은행거래…은행앱 없어도 은행거래 가능

오픈뱅킹이 도입되면 카카오톡을 하면서 친구에게 돈을 보낼 수 있다. 금융거래를 하기 위해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은행 앱도 하나만 있으면 된다. 하나의 은행앱만 설치해도 모든 은행거래를 할 수 있어서다.

현재 오픈뱅킹으로 가능한 서비스는 잔액 조회, 거래내역 조회, 계좌실명 조회, 송금인 정보조회 등 4가지 조회 서비스와 입금이체, 출금이체 등 2가지 이체서비스다.

구글이 오픈뱅킹을 신청한다면 유튜브를 보면서 원하는 유튜버를 후원할 수 있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오픈뱅킹을 통해 해외송금도 가능하기 때문에 해외에 있는 친구한테도 돈을 보낼 수 있다. 스타벅스가 오픈뱅킹을 도입하면 스타벅스 충전을 신용카드나 휴대폰이 아닌 내 계좌로 직접할 수도 있다. 다만 구글이나 스타벅스는 오픈뱅킹을 아직 신청하지 않았다.

은행권은 당장 30일부터 시범서비스를 시작한다. 하나의 은행 앱에서 다른 은행 계좌를 조회하고 이체할 수 있다. 예컨대 신한은행 ‘쏠’에서 다른 은행 계좌를 등록하면 수수료 없이 이체할 수 있다. 다른 계좌에서 신한은행 예·적금 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소규모 핀테크회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예컨대 모바일퉁이 운영하는 ‘트래블 웰렛’은 잔액조회, 입금이체, 출금이체, 계좌실명조회, 송금인정보조회 서비스를 이용해 환전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외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실물카드 발급도 준비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픈뱅킹은 핀테크 기업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 기반”이라며 “‘금융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아니다’라는 빌 게이츠의 말이 현실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학렬 기자



증권·대출계좌도 개방…'오픈금융' 시대 열린다


은행 외 금융회사로 확대…혁신적 금융서비스 개발 기반


현재 오픈뱅킹은 ‘은행’의 일부 서비스만 ‘오픈’했다. 하지만 은행이 가지고 있는 다른 서비스도 ‘오픈’하고 증권사, 보험사 등 다른 금융회사까지 참여하는 ‘오픈금융’(오픈 파이낸스) 시대도 멀지 않았다.

당초 오픈뱅킹은 중소형 핀테크 회사만 이용 가능했다. 하지만 30일부터 은행권이, 12월부터는 대형 핀테크 회사가 오픈뱅킹을 시작한다. 토스, 카카오페이, 페이코, 쿠팡 등이 오픈뱅킹을 신청했으므로 다음달부터 이용할 수 있다. 앞으로 금융투자회사, 보험사 등도 오픈뱅킹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우체국, 저축은행, 금융투자회사, 보험사 등도 오픈뱅킹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 경우 우체국 계좌, 저축은행 계좌, 증권사 계좌까지 한번에 조회할 수 있다.

오픈뱅킹이 안착되려면 이용계좌도 늘어나야 한다. 현재는 수시입출금계좌, 투자자예탁금계좌만 오픈뱅킹에 접근할 수 있다. 정기성예금, 적금계쫘, 수익증권계좌의 잔액 조회가 가능하지만 적금계좌나 당좌계좌, 퇴직연금계좌, 대출금계좌는 잔액도 조회할 수 없다. 하지만 호주가 퇴직연금계좌까지 공개한 만큼 한국도 오픈뱅킹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계좌는 점점 늘어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상호금융, 저축은행, 우체국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살피고 있다. 2020년부터는 ‘오픈 파이낸스’를 추진한다는 게 당국의 방침이다. 또 6개 조회·이체로 한정된 서비스를 다양화하는 한편 마이데이터와의 연계성 강화를 통해 데이터 분야로의 서비스 확장도 들여다 보고 있다.

데이터 개방범위가 확대되면 오픈뱅킹을 넘어서 ‘오픈금융’ 시대가 열릴 수 있다. 이 경우 더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예컨대 대출계좌와 원리금 납부내역을 조회할 수 있으면 좀 더 좋은 대출상품을 권유받을 수 있다. 스페인의 여행 플래너 앱인 ‘Qkly’는 스페인의 BBVA가 제공하는 오픈뱅킹 서비스를 활용해 특정 식당이나 장소의 혼잡도 정보를 제공한다. 실시간으로 결제 내역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픈뱅킹은 은행 등 금융회사가 독점한 금융 데이터와 지급결제 기능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으로 다른 산업에서 언제든지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이라며 “오픈뱅킹이 확대되면 맞춤형 개인자산 관리처럼 전문적인 서비스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학렬 기자


은행앱 삭제 시대가 온다"…은행들, '무한경쟁'속으로



주거래은행 개념 약해져…은행 오픈뱅킹 전략 마련 분주

'오픈뱅킹' 시행에 따라 금융권의 '무한 경쟁시대'가 열렸다. 금리와 상품 등 은행 고유 영역에서 기존과 차원이 다른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은행들은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한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은행은 겉으로는 오픈뱅킹 도입이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하지만 속으론 '위기감'이 더 팽배하다. 금융권 일각에선 오픈뱅킹으로 '앱 삭제 시대'가 올 것이란 걱정도 한다. 하나의 앱에서 다른 은행 계좌의 금융거래도 할 수 있으므로 고객들은 가장 선호하는 앱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 은행앱을 지워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살아남는 앱이 은행앱이 아니라 핀테크앱이 될 수도 있다. 경쟁의 범위가 이전보다 훨씬 넓어진 셈이다. 오픈뱅킹으로 그때그때 자기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상품으로 옮겨타기도 쉬워지므로 주거래은행의 개념도 약해진다.

물론 오픈뱅킹 시행이 은행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살아남는 은행앱을 시장에 내놓는다면 이미 확보한 고객뿐 아니라 전국민을 대상으로 결제와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금융플랫폼으로 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고객을 얻거나 유지하고 새로운 서비스와 금융상품 개발, 유통 등을 통해 은행 전반의 경쟁력도 높일 수도 있다.

은행들의 오픈뱅킹 전략은 크게 '투트랙'으로 진행 중이다. 오픈뱅킹 시범 서비스 초기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각종 '이벤트'와 이를 통해 유입된 고객들을 붙잡을 수 있는 '은행앱 개편'이다.

신한은행은 오픈뱅킹 시행에 맞춰 'SOL(쏠) 오픈하면 오픈캐시 500만원' 이벤트를 연말까지 진행한다. 신한은행 오픈뱅킹 가입 후 타행계좌에서 출금이나 이체를 한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오픈캐시(최대 500만원)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도 새로운 고객 유입을 위해 첫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모바일계좌를 개설할 때 축하금 1만원을 주는 이벤트를 한다. KEB하나은행은 오픈뱅킹 등록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하나머니'를 지급한다. NH농협은행도 4000명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은행앱 개편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미 모바일뱅킹 앱인 '쏠'을 전면 개편했다. 타행 계좌 5개까지 한번에 자금을 가져오는 집금 서비스와 대출이자 납입, 공과금 납부 서비스도 넣었다. 은행, 카드, 증권, 보험, 연금, 부동산, 자동차, 현금영수증 등 흩어져 있는 고객의 자산을 한번에 조회하고 관리할 수 있는 'MY자산' 통합자산조회서비스도 도입했다.

우리은행은 기존 모바일뱅킹 앱 '원터치개인뱅킹'을 '우리WON뱅킹'으로 리뉴얼 했다. 여기에 핀테크 회사들과 협업을 통해 은행의 부족한 디지털 역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나은행 역시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와 생활금융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농협은행은 다음달 은행앱 고도화 사업을 통해 더치페이와 모임서비스 등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추가한다.

오픈뱅킹 초기 고객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직원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영업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오픈뱅킹 서비스의 목적과 중요성, 마케팅 기법 등에 대한 교육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박광범 기자



토스·카카오페이, 오픈뱅킹 경쟁서 살아남을까



핀테크 기업간 경쟁 치열…기존 은행과의 경쟁도 쉽지 않아

사진=이미지투데이

오픈뱅킹에는 시중은행 뿐만 아니라 토스, 카카오페이를 비롯한 핀테크 기업들도 대거 참여한다. 이전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면서 치열한 혁신 경쟁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신뢰·인지도 및 안전성 등 측면에서 기존 은행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대형 47개, 중소형 91개 등 총 139개 핀테크 기업이 오픈뱅킹 참여를 신청했다. 금융보안원 등의 보안점검을 통과한 핀테크 기업은 오는 12월 18일부터 본격적으로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

오픈뱅킹에 참여하는 핀테크 기업들은 기존 은행들과 제휴 없이도 이체, 조회 등 핵심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은행과 제휴시 건당 400~500원 수준이었던 공동결제망 이용료는 10분 1 수준(중소형은 20분의 1)으로 낮아져 비용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그만큼 관련 서비스 혁신에 주력할 여지가 커지는 셈이다.

이로 인해 핀테크 기업들 사이에서도 치열한 경쟁 구도가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 높다. 토스, 카카오페이 등 이미 이체·조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대형 핀테크 기업들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의미다. 한국핀테크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는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픈뱅킹은 어느 특정 기업이 더 유리한 것 없이 공평하게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라며 "보안 등과 관련된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대형 핀테크가 불리할 수 있어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토스와 카카오페이는 우선 실제 오픈뱅킹 시행 전까지 시스템 안정성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토스 관계자는 "월 송금거래액이 4조원에 달하는 만큼 안정성 문제 없이 도입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보안 분야를 점검하고 사용자의 편의성을 강화하는데 최대한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존 은행과의 경쟁 역시 녹록치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전과 달리 은행권이 내놓는 뱅킹앱의 편의성이 크게 강화됐을 뿐만 아니라 인지도 및 신뢰도 측면에서 이들을 넘어서기 쉽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게는 토스, 카카오페이 등이 인지도가 높지만 중장년층이나 직장인들은 여전히 은행에 대한 믿음이 높다"며 "혁신성이 크다고 해도 보안 등 측면에서 은행 이상의 신뢰도를 얻지 못한다면 이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비스 혁신 측면에서도 쉽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기존 은행들도 앞다투어 혁신 경쟁에 뛰어들면서 과거에 비해 기준 자체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처음 출범했을 때 기존 은행에서 볼 수 없었던 유저인터페이스와 플랫폼 활용으로 새 바람을 일으켰다"며 "그만한 혁신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내놓고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주명호 기자



내 계좌정보 '핀테크'가 들여다본다는데


영세 핀테크 '보안수준' 우려, 사고시 책임 논란도…당국, 핀테크 보안강화 지원

사진=이미지투데이

'앱' 하나로 여러 은행 계좌를 관리할 수 있는 오픈뱅킹 시행으로 사용자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일각에선 '보안성' 우려도 적지 않다. 오픈뱅킹에 참여하는 금융회사 중 영세한 스타트업도 적지 않은 만큼, 개인정보 보안·관리 취약점이 정보유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10곳 안팎이 오픈뱅킹 시범 서비스를 시행하며, 12월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을 포함한 은행 18곳과 보안점검을 통과한 핀테크 기업까지 오픈뱅킹 서비스에 합류한다.

보안 점검 통과가 전제조건인 만큼, 필수적인 인적·물적 시스템이 미비한 핀테크는 오픈뱅킹 합류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오픈뱅킹을 이용하려는 은행과 핀테크 애플리케이션의 취약점을 사전 점검하는 등 보안성 우려를 완전히 해소한 대상에게만 오픈뱅킹 합류를 허락한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민감한 금융정보가 공동결제망을 통해 은행은 물론 각종 핀테크에도 접근의 길이 열리는 만큼 금융사고 가능성은 지금보다 커질 수 있다. 한 시중은행 정보보호 실무자는 "비교적 규모가 큰 가상화폐 거래소들도 잇달아 해킹에 노출된 게 국내 스타트업의 보안 현실"이라며 "핀테크들이 나름대로 보안 강화에 공을 기울이겠지만, 대형 은행도 일상적으로 천문학적인 예산을 보안에 투입하는 상황에서 영세 핀테크가 얼마나 안정된 시스템을 갖출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도 논란이 될 수 있는 이슈다. 핀테크 업체의 오픈뱅킹 시스템으로 은행 거래를 이용하다 착오, 사고 등이 발생하거나 핀테크 업체가 해킹·금융범죄 등에 노출될 경우 명확한 문제 원인과 책임 정도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오픈뱅킹 참여를 원하는 핀테크의 보안 시스템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월 핀테크 추가경정 예산 국회 통과로 총 22억3500만원 핀테크 지원예산을 추가로 확보했으며, 이중 9억8500만원을 신규 사업인 핀테크 보안지원에 배정한 상태다. 핀테크 기업의 보안 취약 요인을 점검해 오픈뱅킹의 안정적 합류를 돕겠다는 구상이다.

금융당국의 오픈뱅킹 합류 핀테크에 대한 엄격한 심사는 더욱 중요하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오픈뱅킹 시대의 도래와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핀테크 기업들의 적격성에 대해 보다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감독당국은 이용기관이 그에 상응하는 인적·물적 요건을 갖추고 있는 지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중은행 IT 담당자는 "오픈뱅킹은 안정적으로 정착되면 고객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겠지만, 만에 하나 작은 보안사고라도 발생한다면 개별 핀테크와 은행을 넘어 오픈뱅킹 정책 자체에 대한 고객 신뢰를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변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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