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효 가려내는 '바이오마커'로 맞춤형 항암제 개발"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 2019.11.14 04:55

아산병원 1호 벤처 웰마커바이오 진동훈 대표 인터뷰

진동훈 웰마커바이오 대표 인터뷰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좋다고 소문난 항암제라도 모든 환자에게 효과적인 건 아니다. 최근 3세대 항암제로 주목받는 면역관문억제제조차 환자 반응률이 15~45%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환자들은 자신에게 약효가 있는지 없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로 항암제를 사용한다. 몇천만원짜리 약을 쓰고도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

진동훈 웰마커바이오 대표는 "효능 바이오마커(생체지표)를 이용하면 사전에 약효 여부를 알 수 있고, 환자에게 약효가 있는 맞춤형 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다"며 "환자들의 고통을 줄이고, 경제적 부담까지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마커는 단백질, 유전자 등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로 진단이나 약효 예측 등에 사용된다. 웰마커바이오가 개발하는 바이오마커는 약효를 알아내는 '효능 바이오마커'다. 회사가 바이오마커로 정한 특정 단백질이나 유전자가 있는 환자는 해당 치료제에 반응한다. 회사는 항암제와 바이오마커를 함께 개발해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

바이오마커가 있으면 신약개발 성공률도 높아진다. 항암제 효과가 좋은 환자들을 알 수 있어 임상 디자인을 유리하게 짤 수 있다. 미국 임상시험 모니터링 서비스 바이오메드트랙커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임상 1상을 승인받은 신약이 품목허가를 받을 확률은 8.7%인데, 바이오마커가 있으면 확률이 26%로 올라간다.

그러나 바이오마커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하우가 뒷받침돼야 한다. 이 때문에 바이오마커와 항암제를 함께 개발하는 업체는 국내에서 웰마커바이오가 유일하다.

진 대표는 서울아산병원 초대 신약개발센터장을 하면서 노하우를 쌓았다. 그는 현재도 서울아산병원과 울산대 의대에서 교수를 겸직하고 있다. 진 대표는 신약개발센터를 이끌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을 위해 바이오마커를 개발하고,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자신감이 붙은 진 대표는 2016년 12월 서울아산병원 1호 스핀오프 기업인 웰마커바이오를 세웠다.


진 대표는 "센터장을 하면서 기술뿐 아니라 경영 역량도 키웠다"며 "160여 개 바이오벤처, 제약사 등에 자문하면서 경영 방법을 익히고, 제넨텍 등 다국적 제약사들의 사업 전략을 벤치마킹했다"고 말했다.

진 대표는 신약 타깃 시장을 의료 미충족수요가 높은 곳으로 잡았다. 임상에 실패할 경우 다른 물질로 빠르게 대체할 수 있도록 파이프라인도 다양화했다. 회사는 현재 대장암 치료제를 비롯해 7개의 항암제와 바이오마커를 개발 중이다. 내년 임상 1상에 들어가는 대장암 치료제 'WM S1'은 머크의 표적 항암제 '얼비툭스'가 듣지 않는 환자들을 타깃으로 하는 항암제다. 다른 신약 후보물질들도 모두 미충족수요가 높은 약이다.

보험급여 구조는 극복해야 할 숙제다. 건강보험은 환자하고 궁합이 맞는 약이 3차 치료제라도 해도 1,2차 치료제를 건너뛰면 급여를 주지 않는다. 비용은 오롯이 환자 몫이다.

진 대표는 "동반진단 의약품이 1차 약물이 아닌 경우 보험 약가 등에서 불리한 건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회사에서 개발하는 의약품을 우선 2차 약물로 인정받고 이후 추가 임상 등을 1차 약물로 인정받는 과정을 진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웰마커바이오는 기술력과 비즈니스 전략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요즈마그룹 등으로부터 약 5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회사는 2021년쯤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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