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트럼프의 '쌍수 패러다임'

머니투데이 이성용 신한금융 미래전략연구소 대표 | 2019.10.30 04:03
게임이론이 널리 퍼진 현대에서 우리는 윈윈게임의 개념과 유익에 익숙하다. 특히 세계화 가속과 함께 더욱 그러한데 세계화에서는 공존과 협력경제 모델이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 됐기 때문이다. 1990년대부터 윈윈의 세계화는 세계 경제 생태계가 어떻게 운영, 관리, 규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우리 사고방식의 기초가 되었다. 이러한 패러다임 하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많은 국제기구가 탄생했다. 세계화가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활발한 경제와 규모는 달성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난 20년간의 모든 경제지표가 이야기하고 있다.
 
반대로 승패 패러다임은 근본적으로 제로섬게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승패게임에서는 누구나 승자 혹은 패자가 될 수 있고 이러한 시나리오 하에서 많은 비극적 결말이 초래된 과거가 있으며 심지어는 전쟁으로 연결되기까지 했다.
 
그런데 최근 이 세계화라는 개념 전체가 공격을 받고 있다. 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제기된 의문은 우리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한 윈윈 패러다임을 겨냥하고 있다. 이것은 장기적인 글로벌 세력균형보다 단기적 경제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상당수 국가에 의한 결과이기도 하다. 갈등상황에 대한 자기이익 극대화라는 이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누구라도 잃거나 기존보다 더 안 좋아지는 것이 확실하다. 어떤 경우에는 이것이 최근 미중 무역전쟁에서 보인 것과 같은 높은 긴장의 고전적인 치킨게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이 이기거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에도 궁극적인 결과는 둘 다 지는 (lose-lose) 쌍수(雙輸) 패러다임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왜 이렇게 끔찍한 전략을 추구하는지에 대한 의지와 동기에 대한 것이 될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이러한 전략이 전혀 건전하지도 않고,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도 없다고 믿는다. 과연 그럴까.

 
우리 중 상당수가 깨닫지 못하는 것은 쌍수전략은 매우 비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많은 대치상황에서 종종 통용되는 합리적 전략이라는 사실이다. 논리는 간단하다. 상대방에 비해 적게 잃는 쪽이 승자다. 당신이 이 목표를 달성하는 한 당신은 무엇인가를 잃더라도 승자로 간주될 수 있다. 이런 생각이 일부 독자에게는 터무니없고 심지어는 악랄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 역사에서, 이것은 수많은 대치상황과 전쟁을 통해 명확히 나타났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새로운 계제의 쌍수 패러다임이다.
 
따라서 많은 독자가 트럼프의 움직임을 자기 모순적 전략이라고 비난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양쪽이 모두 지는 게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하에서 트럼프의 전략은 완벽하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그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행동 뒤에는 새로운 패러다임 하에서의 냉정하고 잘 정리된 전략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전략은 점점 더 효과적으로 실현되고 있고 근미래에 점점 더 우리에게 익숙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트럼프의 불합리한 행동을 지적하기 전에 양쪽이 모두 지는 전략에서는 승리할 필요가 없으며, 단지 적보다 적게 손해를 보기만 하면 된다는 쌍수 패러다임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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