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前 '데자뷔'…'경협기금'으로 강제징용 해결?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19.10.29 08:11

[the300]교도통신 "韓정부·한일기업 자금 대는 기금안 부상"...외교부 "사실무근, 대법 판결 존중돼야"

【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25일 부산 동구 일본총영사관 인근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9.09.25. yulnetphoto@newsis.com
정부는 29일 한일 양국이 강제징용 문제의 합의안 검토에 착수했다며 '경제기금 설립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한 일본 언론 보도를 즉각 부인했다. 한일 외교당국 협의 과정에서 경제협력을 명목으로 한국 정부와 기업이 기금을 만들고 일본 기업이 참가하는 강제징용 문제의 해결책을 일본 정부가 제안한 적도, 검토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교도통신은 전날 일본 정부가 한일 갈등 타개를 위해 한국 정부와 기업이 경제협력 명목 기금을 창설하고 일본 기업이 참가하는 방안의 초안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경제기금은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이 아니라 한일 양국의 경제발전 협력 자금의 성격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강제징용 보상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54년 전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배상'이 아닌 '경제협력' 지원 명목으로 한국에 무상원조 3억 달러, 유상원조(차관) 2억 달러를 제공했던 것과 유사한 해법인 셈이다. 교도통신이 보도한 경협기금 설립안에 따르면 일본 기업이 참여하지만 일본 정부는 자금을 대지 않는다.


외교가에선 일단 "한국 정부가 일본 기업에 피해가 가지 않는 해결책을 찾아서 가져오라"고 요구했던 일본이 스스로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선 의미가 없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강제징용 피고인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취지에 어긋나는 데다 피해자들의 수용 가능성이 낮아 대안이 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한일 당국의 논의 과정에서 언급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정부는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는 가운데 피해자와 양국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는 데 열려있다는 입장"이라며 "이런 입장 하에 일본 외교당국과 소통을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도통신도 배상을 얻으려는 한국과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일본의 입장 차이가 커서 협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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