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은' 알 바그다디-빈 라덴 소탕 작전…닮은 점, 다른 점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 2019.10.28 12:02

첨단기술, 정보력 통한 은신처 파악, 특수부대 작전 수행 과정 등 유사…은신 기간, 최후의 순간 등 달라

왼쪽부터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 오사마 빈 라덴./사진=뉴스1

이슬람 수니파 극단적 원리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48)가 사망했다. 알 바그다디는 9·11테러를 주도했다가 사살된 오사마 빈 라덴과 자주 비교됐던 인물이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과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밤 미국은 세계적인 테러리스트 조직의 우두머리가 정의의 심판을 받도록 했다"면서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는 죽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알 바그다디는 IS의 지도자로, 1971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북쪽의 사마라 마을 근처의 빈민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는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당시 살라피 지하디스트 반군에 가담했다가 미국에 붙잡혔으나 별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석방됐다. 하지만 그는 IS가 2014년 이라크 모술을 점령한 뒤 자신을 칼리프(이슬람 세계 최고지도자)라고 선언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알 바그다디는 국제 테러를 벌이고 미군에 쫓겨 은둔생활을 했다는 점에서 빈 라덴과 자주 비교됐다. 미국은 알 바그다디 생포에 빈 라덴과 같은 약 2500만달러(약 283억6000만원)의 현상금을 걸었다.

은신처 파악을 위해 첨단 과학 기술과 정보력을 총동원하고 정예 특수부대를 투입해 현장을 장악하는 등 두 거물을 잡는 과정도 닮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직접 소개한 특수부대의 침투 과정을 보면 이번 작전에는 델타포스 등 특수부대원 50~70명을 실은 8대의 헬리콥터가 동원됐고, 지상에 내린 특수부대는 강화철문에 설치된 위장폭탄 등을 피하기 위해 건물 측면 벽에 구멍을 뚫고 진입했다. 이후 저항하는 적들을 사살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알 바그다디는 지하터널로 도망쳤다. 특수부대는 군견을 투입해 추적했다.

빈 라덴 사살 과정은 그를 소재로 한 영화 '제로 다크 서티', '코드네임 제로니모' 등을 통해 상세히 알려져 있다. 영화 후반부 빈 라덴의 은신처를 야간에 급습하는 장면은 리얼리티 영화의 백미로 꼽힌다. 체포에 나선 특수부대의 장비와 전투기술, 작전 진행 과정 등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오사마 빈 라덴 사살 과정을 그린 영화 '제로다크서티'의 영화 포스터.

두 사람의 소탕 과정에는 다른 점도 있다. 우선 '도피 기간'이 다르다. 알 바그다디는 2010년부터 IS를 이끌어오며 2016년 국가 설립까지 선포한 후, 약 3년 만에 사살됐다. 반면 빈 라덴은 2001년 미 뉴욕에서 발생한 9·11 테러의 주동자로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1년 5월 사살됐다.

빈 라덴이 오랫동안 도피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파키스탄 정보부(ISI)의 보호를 받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트위터를 통해 "우린 파키스탄에 수십억 달러를 지불했지만 그 나라는 (빈 라덴이) 자국 내에 살고 있다는 점을 말해주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알 바그다디는 시리아, 이라크, 터키 등 중동 국가를 적으로 돌렸다. 이라크 국영방송은 27일(현지시간) 테러전문가를 인용해 "이라크 정보당국이 IS 수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미국의 군사작전에 도움을 줬다"고도 밝혔다.

또 알 바그다디는 미군에게 사살된 빈 라덴과 달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알 바그다디는 미군 특수부대의 습격을 받고 땅굴로 도망가는 내내 훌쩍이고 울고 비명을 질렀다"며 "끝내 그는 자살폭탄조끼를 터트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주변에 있던 어린이 3명도 함께 사망했다. 반면 빈 라덴은 파키스탄의 은신처에서 미군 특수부대 작전에 사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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