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마라톤·경보 삿포로 변경 추진
도쿄, 강력 반대 "차라리 후쿠시마"
IOC '7~8월' 고집이 근본 원인
최적 시기라는 日, 원폭일에 폐막
지난 25일(각 현지시간) 존 코츠 IOC 조정위원회 위원장은 일본 도쿄도청에서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와 만나 도쿄올림픽 마라톤·경보의 경기장소를 삿포로로 바꾸는 것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앞서 IOC는 지난 16일 이러한 의견을 공개한 바 있고, 일본 측은 "미리 듣지 못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IOC가 야외에서 오래 치러야 하는 두 종목을 다른 곳에서 하려는 것은 더위 때문입니다. 지난달 말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는 폭염 때문에 마라톤 경기 중 기권한 선수들이 속출했습니다. 카타르 역시 더위를 피해 밤 11시30분에 경기를 시작했지만 여자부 대회에서는 68명 중 28명이 포기했습니다.
존 코츠 IOC 조정위원장은 도쿄도지사와 만나면서 이 대회에 대한 자료를 내민 것으로 전해집니다. 일본에서는 더위 대책으로 당초 오전 7시30분으로 예정된 마라톤을 오전 6시로 당겼지만, IOC는 카타르 사례로 보아 시간 조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본의 북쪽에 있는 삿포로는 8월 낮기온이 26.5도 정도로 도쿄보다 5~6도 낮습니다.
다만 고이케 지사가 실제로 IOC 측에 어느 정도까지 의견을 냈는지는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IOC는 오는 30일~다음달 1일 도쿄에서 장소 변경에 대한 조정위원회 회의를 엽니다. 장소 변경에는 올림픽조직위와 개최지의 양해가 필요한데, 조직위와 달리 도쿄도는 도쿄가 최우선이라며 강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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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무더위 속에?━
우선은 IOC의 '흥행' 추구 때문입니다. 가을철이면 유럽에서는 축구 시즌 초반이고, 미국에서는 프로야구(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미식축구(NFL) 개막 등으로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분산될 수 있습니다.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이 9월에 개막한 이후 남반구인 호주(2000년 9월15일 개막)를 제외하면 모든 하계올림픽은 7~8월에 열렸습니다. 앞서 IOC는 내년 대회 후보도시에도 7월 15일부터 8월 31일 사이 개최를 권고했습니다.
권고 기간 중 일본이 택한 날짜를 보면 일본의 의도도 들어가 있습니다. 일본은 이 기간이 '이상적인 기후'라면서 대회 유치에 뛰어들었는데, 폐막일인 8월 9일은 1945년 나가사키가 원자폭탄을 맞은 날과 일치시켰습니다. 74년 전 당시 피폭으로 일본은 항복하고 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한국의 광복으로 이어졌습니다. 히로시마(8월 6일)와 나가사키는 원폭으로 인해 20만명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올해 9일 아베 신조 총리가 나가사키 '평화기념행사'에서 유일한 전쟁 피폭국임을 강조한 것에 비춰보면 내년 올림픽 때도 이를 세계에 알리고, 일본이 세계 평화를 이끈다는 입장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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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흥 올림픽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을 세계대회 유치를 통해 돕는 것은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다만 그 방식이 모두에게 이로운지, 문제가 없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후쿠시마는 대지진 때 발생한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방사능 우려가 여전합니다. 하지만 올림픽 기간 선수촌에는 후쿠시마산 식자재가 공급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도쿄올림픽 조직위 입장은 식재료가 안전하다는 것입니다. 또 야구와 축구 일부 경기도 후쿠시마에서 열리고, 성화봉송 시작 지점도 이곳입니다.
도쿄도가 삿포로설에 반발해 마라톤 경기 대체지로 동북지역을 꼽은 것도 '부흥 올림픽'을 겨냥해 국내 지지를 얻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로서는 IOC가 삿포로를 강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종 결정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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